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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 "예수는 실존했겠지만 성경 이야기는 사실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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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주제로 한 두 번째 저서 '신, 만들어진 위험'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리처드 도킨스(80) 영국 옥스퍼드대 뉴칼리지 명예교수는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 이후 학문적으로 가장 뛰어난 생물학자로 평가받는 동시에 생전의 다윈만큼 논쟁적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는 과학·종교계 등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도킨스는 명저 '이기적 유전자'(1976년)에서 개체로서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주장하고, '만들어진 신'(2006년)에서 신(神)의 존재는 인간의 망상일 뿐이라고 강조했듯 철저한 진화론자이자 무신론자다.

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종교의 비합리성을 부각해온 그가 '신, 만들어진 위험'(김영사)에서는 "신은 없고 비이성적인 믿음만 남았다"며 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논증한다. '만들어진 신' 이후 종교를 주제로 한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열다섯 살 때까지 생명체를 만든 '창조적 지능'에 대한 믿음에 매달렸지만 '진화'를 배우고 나서 머릿속에서 신을 떠올리기를 포기한 일화를 들며, 신에 관한 문제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신을 믿어야 하는지, 우주와 생명체의 복잡성을 설명하고자 신이 필요한지, 선하게 사는 데 신이 필요한지 등을 묻는 한편, "진화가 확실한 사실이라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며 진화론을 바탕으로 무신론을 설명한다.

무엇보다 그는 '증거'와 '이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모든 현상은 무조건적 믿음이 아니라, 인간의 논리와 이성으로 충분히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합뉴스

리처드 도킨스
[Jane Lenzova·김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책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토대가 되는 '성경'을 비판한다. 왜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성경 때문에' 또는 '성경이 우리가 선하게 살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특히 신약(27권)과 구약(39권)을 누가 썼는지 짐작할 수 없다는 점, 구전되며 왜곡됐을 수 있다는 점, 내용의 모순과 부정확성 등을 지적하면서 "성경 이야기들은 아마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한다.

역사 속 인물이 실존했음을 현재 우리가 아는 것은 고고학자들이 반박할 수 없는 유물을 발견했기 때문인데, 성경에서는 그런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게 도킨스의 주장이다.

그는 "예수가 아마 실존했을 것이지만 그의 어머니가 처녀였다든지, 무덤에서 일어났다든지 하는 주장은 매우 비범하다. 그 증거는 훌륭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해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복잡한 생명체들의 존재 이유와 유전자가 후대에 전달되는 과정 등을 신의 섭리나 뜻 대신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이론 등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또 자기조립, 상향식 설계, 편향 심리 등 과학 원리를 근거로 활용, 종교적 믿음을 가지려는 경향과 도덕적으로 친절하게 행동하려는 경향 역시 인간 뇌의 속성이자 자연선택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김명주 옮김. 364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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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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