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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권인숙 “정의당 성추행에 경악? 우리 민주당이 부끄럽고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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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침묵한 민주당, 김종철 성추행엔 ‘충격·경악’ 논평

조선일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는 침묵하다가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충격·경악”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26일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性) 비위가 잇따랐고, 결국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치르게 된 상황에서 당이 ‘유체이탈’ 식으로 대응한다는 취지였다. 권 의원은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 같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권 의원은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他者化)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민주당 입장문은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고 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정의당 성추행 사건에 대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무관용 원칙으로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권 의원은 “다른 당을 비난할 여유가 없다”며 자신이 속한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반복돼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반드시 해결해내야 하는 책무를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권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거쳐 작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권 의원은 “특히 지금은 박원순 시장 사건 관련 피해자나 관계자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당이 나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지자와 국민에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수권정당으로서, 진보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정당으로서 구태의연함이 아니라 반성과 성찰의 태도로 걸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간 당내 잇단 성추문과 2차 가해에 침묵하고, 박원순 사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칭하는 등 논란을 야기해온 민주당이 정의당 성추행 사건을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민주당은 전날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내놓자 이날 뒤늦게 “피해자와 서울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했다. 당 차원에서 ‘피해자’라는 표현을 써 공식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작년 7월 사건이 공론화 된 지 반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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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윤기 당대표 직무대행, 이은주, 배진교, 류호정 의원 등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략협의회에서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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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일각에서도 “정의당 관련 논평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낮은 자세로 정치권 전반의 자성에 동참하겠다는 논평을 냈어야 했는데, 거친 표현으로 ‘내로남불’ 논란을 자초했다”며 “우리 당에서 또 성비위가 발생할 경우, 매우 난감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도 이날 방송에서 “‘민주당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혼도 나고 있는데, 공감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중앙당 교육연수원 발대식에 참석해 “4·7 재·보궐선거 입후보자들에 대한 성평등 교육을 충실히 잘해달라”고 했다.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 등의 성비위와 이번 정의당 성추행 사건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날도 박 전 시장 사건에 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장혜영 의원이 맡고 있던 원내수석부대표·원내대변인직을 이어받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민주당을 향해 “할 말이 많지만, 절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정의당이 ‘너희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처지를 알고 말한 것 같다. 다른 피해를 막으라고 조언해주셨는데, 분명히 정확히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드리겠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울타리는 나름 안전하다고 느꼈는데 모두 착각이었다”며 “어떠한 비판과 비난도 피할 수 없다. 부단히 혼나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날 전략협의회 결과, 강은미 원내대표와 김윤기 당대표 직무대행을 공동대표로 하는 비상대책회의를 설치하기로 했다. 수습책으로는 4월 재보선 무공천 등을 검토 중이다. 다만 김 직무대행은 이날 한 보수단체가 김종철 전 대표를 형사 고발한 것과 관련해선 “이미 당내 징계절차와 후속조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피해자 의사에 반해 수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날 친문(親文) 성향 커뮤니티엔 정의당을 향한 비난도 계속 이어졌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정의당은 해산이 답” “국민의 짐 2중대 할 때부터 알아봤다” 등의 글을 잇따라 올렸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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