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성폭력'은 남의 집 불? 민주당 때리는 국민의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국민의힘 주호영(오른쪽)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고리로 삼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집중 공세에 나섰다. 범진보진영의 성비위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권력형 성범죄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 야권도 정치 공세에 힘 쏟기보다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野 "정의당 충격, 하지만 성범죄 온상은 민주당"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의당 성추행에 대해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고 한 민주당 반응이 놀랍다"며 "권력형 성범죄 온상은 민주당"이라고 직격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문제로 서울·부산 보선이 치러지는 점을 민주당이 잊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뻔뻔함, 오만함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이번 선거에선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하는데 후보를 낸 건 몰염치"라고 비판했다.

보선 주자들도 이번 사태를 '민주당 때리기' 소재로 활용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정의당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낙인찍어 집단적 2차 가해를 저지른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선 어떤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도 부족한 게 민주당 상황"이라고 말했고, 오신환 전 의원도 "정의당이 민주당보다 건강하다"고 평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좌파 권력자들의 위계형 성범죄에 대해 철퇴를 내리는 심판"이라면서, 권력형 성범죄 이슈가 보수 진영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여성일자리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거 호재? 정치권 성찰 계기로 삼아야


국민의힘의 이 같은 대응은 범진보진영 내 성폭력 사건이 선거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선이 민주당 측 지자체장의 권력형 성범죄 때문에 치러지게 됐다는 점을 유권자에게 다시금 강조하는 효과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투는 특히 2030 여성 유권자들이 민감한 이슈"라며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여성 유권자들이 실망한 건 분명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실망한 여성 유권자들이 이 문제와 관련 국민의힘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할지는 의문이다. 국민의힘도 성범죄 문제에 있어선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김병욱 의원(경북 포항남·울릉군)이 성추문에 휩싸여 탈당했고, 국민의힘이 추천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인 정진경 변호사의 성추행 전력 검증을 소홀히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보수적 조직에서는 지도부가 피해자를 보호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 피해자가 나서지 않는 경우도 많으므로, 현재 성폭력 고발이 없다고 실제 성폭력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권력형 성범죄는 언제 어디서나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진영 간 헐뜯기보단 구조적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조직 문화를 점검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김현영 여성학자는 "권력형 성범죄는 정의당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민주당은 왜 구조적 해결 노력을 하지 못했는지, 국민의힘에선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상대적으로 더 가부장적인 조직 문화의 문제 때문은 아닌지 살펴볼 때"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