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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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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30호 ‘자유로운 영혼’…그 뒤엔 자립 강조한 목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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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목사의 자녀교육 4원칙

실수해도 자립해야 남 돕는 사람 돼

인간관계 최우선, 예의부터 갖춰야

내 자리, 다른 이가 치우게 말아라

무얼 하든 누군가 위해 봉사해라


요즘 ‘30호 가수’가 장안의 화제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출연 중인 가수 이승윤 씨. 그가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을 불렀을 때 심사위원석은 난리가 났다. 왜? 30호 가수의 음악은 기존 패러다임에 갇혀 있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청중의 가슴을 때리고 마음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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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30호 가수 이승윤씨.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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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심사위원장은 30호 가수가 거꾸로 심사위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그의 노래에는 ‘자유로움’이 있다. 어떠한 틀, 공식, 시선에 갇히지 않는 야생의 날개. 그 날개를 퍼덕이며 토해내는 건 ‘그만의 소리’였다. 30호 가수는 자기만의 소리로, 춤으로, 영혼으로 노래했다. 그런 장르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진행자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30호! 입니다.”

30호 가수의 아버지는 다름 아닌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전 목사다. 이 목사는 울림이 깊은 영성과 사심 없는 교회 운영으로 교계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인물이다. “한반도 어느 곳이든 평당 10만 원짜리 땅이 나오는 곳을 생의 마지막 정착지로 삼겠다”고 했던 평소 철학대로 퇴임 후 경남 거창의 해발 560m 산골에서 생활하고 있다.

2018년 11월 이 목사는 13년 4개월에 걸쳐 일궈낸 교회를 떠나면서 퇴임 설교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이재철을 거침없이 버리셔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새로운 차원의 은혜를 원하신다면 이재철을 버리시되, 적당히가 아니라 철저하게 버리셔야 합니다.”

수년 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조그만 식당에서 이 목사와 사모(홍성사 정애주 대표)를 만났을 때 그가 자식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변호사·유튜버·가수·미대생 아들만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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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30호 가수 이승윤씨의 아버지인 이재철 목사(오른쪽)와 어머니 정애주 홍성사 대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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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놀랐던 건 둘째 아들, 30호 가수의 형 승국 씨 얘기였다. 고1 여름방학 때 승국은 영국 학교에 한 달간 캠프를 갔는데 학교에서 “1년간 무료로 공부를 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목사는 승낙하는 대신 1년 뒤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나자 학교에서 다시 제안을 했다. “졸업 때까지 공부하게 해달라. 책임지고 옥스퍼드 대학에 보내겠다”고 말이다.

이런 제안이라면 얼른 받아들였을 텐데 이 목사의 판단은 달랐다. “우리 집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사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승국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Q : 왜 거절했나요.

A : “저는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외적인 스펙보다 그 사람의 성품과 인격, 예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은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배양되는 거라고 봅니다. 옥스퍼드 대학을 나오면 좋겠죠.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걸어갈 때는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더 중요할 거라고 봅니다.”

Q :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무엇입니까.

A : “‘바른 마음으로,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해서, 바른길을 가자.’ 일종의 가훈이라고 해도 됩니다. 이게 총론입니다.”

Q : 각론도 있습니까.

A : “네 가지 각론이 있습니다. 첫째 자립한다. 설령 실수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남을 돕는 사람이 되지, 자립 못 하면 평생 기생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게 했습니다. 둘째는 예의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최우선은 예의다. 너희도 예의를 갖추지 않는 사람은 싫지 않으냐. 셋째는 정리정돈이다. 내가 거쳐 간 자리를 다른 사람이 치우게 해선 안 된다. 넷째는 내가 무엇을 하든 누군가를 위한 봉사 혹은 섬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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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을 인터뷰하는 ‘30호 가수’ 형인 파워 유튜버 이승국씨. [유튜브 캡처]



Q : 첫째 각론이 ‘자립’인데 그렇게 자란 아이는 무엇을 갖게 됩니까.

A : “‘자기만의 영혼’입니다.”

이 목사는 아들만 넷이다. 장남은 변호사다. 막내아들은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막내가 고교 2학년 때 어머니는 “내년이면 고3이니 삭막하겠다. 숨 쉴 창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스케치를 배울 수 있게 했다. 미대생에게 한 달간 스케치 수업을 받았는데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막내는 “저, 미술 할래요”라고 말했다.

“자식 교육은 직선 아닌 원이어야 해”

이 목사 부부는 “알았다. 일단 하던 공부를 그대로 하라”고 했고 그렇게 고교를 졸업했다. 졸업 후 막내는 독일 어학연수를 떠났는데 혼자서 독일어를 배우고, 1년 후 미술 명문 라이프치히 대학 미대에 입학했다.

이 목사는 자식 교육은 ‘직선’이 아니라 ‘원’이어야 한다고 했다.

Q : 왜 원입니까.

A : “대부분의 사람은 자식을 직선 위에서 키웁니다. 그런데 직선 위에는 절대 행복이 없습니다. 직선 위에서는 아무리 앞서가도 나보다 앞선 사람이 또 있습니다. 그러니 직선 위에선 어느 지점에서든 항상 낙오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Q : 그럼 원은 어떻습니까.

A : “자식은 360도 원 위에 세워야 합니다. 거기서 내가 바라는 길을 걸어가면 됩니다. 직선 위에서 가는 길은 누군가 이미 갔던 길입니다. 원 위에서 바깥으로 나가보세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입니다. 그 길 위에서는 내가 항상 1등을 하게 됩니다.”

30호 가수가 뿜어낸 자유와 영혼, 거기에는 남다른 뿌리가 있다. 직선이 아니라 원 위에서 걸어 나오는 이의 노래가 있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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