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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통업 경쟁자는 야구장” 정용진, 진짜 야구단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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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1353억에 깜짝 인수

쇼핑·여가·외식 한 곳서 다 해결

온라인 확장과 함께 경영철학 실행

2030 프로야구 팬 ‘MZ세대’ 공략도

중앙일보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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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를 해야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의 올해 신년사다.

정 부회장이 연초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라는 ‘깜짝 카드’를 꺼냈다. 신세계그룹은 26일 “SK텔레콤과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신세계 이마트가 SK텔레콤이 보유한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인수 가격은 SK와이번스 주식 100만주(1000억원)와 야구연습장의 토지·건물(352억8000만원) 등 총 1352억8000만원. 신세계는 또 “야구단 연고지는 인천으로 유지하며 코치진·선수단·프런트 전원의 고용을 승계한다”고 했다. 다음 달 23일 본계약을 하고 구단 이름과 엠블럼, 캐릭터 등을 확정해 3월 중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신세계가 SK와이번스를 인수한 것은 신세계와 SK의 입장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날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 확장을 위해 몇 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며 “특히 기존 고객과 야구팬들의 교차점이나 공유 경험이 커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800만 관중 시대를 맞아 두꺼운 야구팬층이 온라인 시장의 주도적 고객층과 일치한다는 점도 주목했다고 했다.

이와 달리 유통업이 주력이 아닌 SK 입장에서는 그룹 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측면이 강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가 몇 년 전부터 비주력 사업은 매각하고 있다”며 “특히 SK와이번스에 대해선 돈 먹는 하마라는 SK텔레콤 내부의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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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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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 인수가 처음 공개된 후 유통가는 물론 프로야구팬 사이에서도 ‘왜 이 시점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해 유통시장의 소비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만큼 정 부회장이 SSG(슥)닷컴을 필두로 e커머스(전자상거래) 투자에 집중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온라인 강화 전략을 오프라인(야구단)에서 찾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프로야구 관중 주축은 20~30대이고, 최근엔 여성 관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신세계로선 쿠팡, 카카오 등 e커머스 업체에 뺏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세대)를 미래 충성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고, 이들이 향후 소비를 주도할 세대란 점에서 마케팅 측면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 내부에서는 프로야구단 인수는 정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크게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야구장은 정 부회장이 유통업의 경쟁 상대로 수차례 거론한 곳이다. 신세계의 한 임원은 “실제 봄만 되면 스타필드 고객 수가 확 줄어든다”며“그런 의미에서 유통업은 단순히 상품 판매가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신세계가 야구장에 계열사 매장을 입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와 라이벌 구도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신세계, 롯데의 맞대결이 유통에 이어 야구판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부산 연고의 롯데 자이언츠 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작년 쿠팡으로 대변되는 e커머스가 급성장했다”며“신세계로선 온라인 쇼핑몰에선 누릴 수 없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를 찾아내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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