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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중국에 반도체 기술 유출 혐의’ 17명 줄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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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 협력업체

세정 핵심 기술 팔려다 덜미

[경향신문]

SK하이닉스의 D램 반도체 기술을 중국 경쟁 기업에 유출한 혐의로 협력업체 연구소장과 임원들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협력업체는 SK하이닉스 몰래 중국 시장에 첨단기술을 얹어 장비를 팔려다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부장검사 조상원)는 SK하이닉스 협력업체인 A사의 연구소장 임모씨(51)와 영업그룹장 박모씨(47)를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SK하이닉스의 HKMG 반도체 제조 기술과 반도체 세정 레시피 등 국가핵심기술과 첨단기술을 중국의 반도체 업체 B사와 반도체 컨설팅업체 C사에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HKMG는 D램 반도체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도율이 높은 신소재 ‘하이케이 메탈’을 사용한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이다. 반도체 세정 레시피는 반도체 제조 마지막 단계인 세정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배합비, 분사 순서, 속도, 압력 등 수치를 담은 정보다. HKMG는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이고 세정 레시피는 ‘국가핵심기술’이자 산업발전법상 ‘첨단기술’이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SK하이닉스의 HKMG 기술을 이용한 세정 장비를 만들어 SK하이닉스에 납품해왔다. A사는 다른 판매처에도 세정 장비를 납품하려 했지만 SK하이닉스와의 계약 때문에 불가능했다. 중국 시장을 노린 A사는 B사와 C사에 HKMG 기술과 세정 레시피 자료를 넘기는 조건으로 세정 장비를 납품하려 했다. 실제 A사는 B사에 시제품 몇 대를 납품했지만 검찰 수사로 계속되지는 못했다.

검찰은 A사의 공정그룹장 윤모씨(53)와 부장 김모씨(45), A사의 협력업체 대표 김모씨(41)도 같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전직 임원에게서 얻은 초임계 세정 장비 도면을 A사의 중국 수출용 반도체 세정 장비 개발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초임계 세정 장비는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액체와 기체의 중간 성질인 ‘초임계 상태’의 액체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반도체 세정용 화학물질을 건조할 수 있다.

검찰은 2019년 12월 국가정보원 산하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국내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 업체에 유출된 정황이 있다는 정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7월과 10월 A사를 두 차례 압수수색한 끝에 법인과 관계자를 차례로 기소했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이들은 A사의 부사장, 품질그룹장, 설계그룹장 등 17명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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