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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정의당에 "경악"한 민주당의 '유체이탈'...박원순 성추행엔 뒤늦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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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성희롱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의 성추행을 맹비판해 '유체이탈' 대응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건 6개월여만인 26일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남 의원은 전날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인권위의 권고사항 등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인권위는 전날 직권조사 결과 보고를 통해 "박 전 시장이 늦은 밤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남 의원은 "사건 당시 제가 서울시 젠더특보와의 전화를 통해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고, 이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저의 불찰"이라며 "이로 인해 피해자와 여성인권운동에 헌신해 오신 단체와 성희롱·성차별에 맞서 싸워온 2030세대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며 "저의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다시 한번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도 입장문을 내고 "(전날 인권위의 조사결과를) 존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피해자와 가족, 실망을 안겨드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통렬히 반성하고 각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프레시안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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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차원의 사과는 없었다.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모두 박 전 시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이소영 의원은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한 언급만 했다.

이소영 의원은 "2018년 시작된 미투가 우리 사회의 경종을 울렸음에도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스스로가, 또 때로는 내 동료들이 하루 아침에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게 위로와 존중 그리고 연대의 마음 보낸다"며 "장혜영 의원은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번 사건을 당당히 밝히고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과 '가해자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명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 성폭력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남성 중심적이고 위계적인 사회 문화가 그 원인"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이 박 전 시장에 대한 인권위 조사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자 "개인적으로는 (인권위 조사 결과)를 존중하고 이 사안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할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그 사건과 관련된 당 차원의 논평을 확인해봐야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기자들이 재차 박성준 원내대변인에게 박 전 시장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자 "이소영 의원에게 들으셨죠? 제가 하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전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김종철 전 대표가 같은 당 여성 국회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알려졌다"며 "다른 누구도 아닌 공당의 대표가 저지른 성추행 사건이다.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논평을 두고 '유체이탈'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지원 여성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전날 "민주당에게 이 말을 그대로 돌려드린다"며 "다른 누구도 아닌 서울시, 부산시, 충청남도라는 지자체 대표가 저지른 성추행 사건들에도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건에 대한 소식도 충격적이었지만,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발표한 입장문은 사실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며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최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비판했다.

권 의원은 "다른 당 비난할 여유가 없다. 민주당은 반복되어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반드시 해결해내야 하는 책무를 잊으면 안 된다"며 "수권정당으로서, 그리고 진보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정당으로서 구태의연함이 아니라 반성과 성찰의 태도로 걸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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