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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가덕도신공항 꽃놀이패 흔드는 민주당···국민의힘 스텝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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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1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방문해 신공항부지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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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큰소리를 뻥뻥 치는데, 다른 쪽은 말이 엇갈린다. 최근 정치권에서 다시 불붙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 얘기다. 신공항 성사를 내건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강공 모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1일 가덕도를 직접 찾아 “2월 임시국회 안에 ‘가덕도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했고,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할 테니 야당도 동참해달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엇박자가 났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부산 지역) 당 위원장들은 공항이 필요하다고 보더라. 적극적인 대처도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 사업하는 악(惡)선례”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아예 가덕도 언급을 꺼리는 모양새인데, 이렇다 할 대안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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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7일 김수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교통부의 김해신 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하고 있다. 발표 이후 민주당에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추진하는 등 속도전에 나섰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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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지난해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기존의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불거졌다. 검증위 발표 직후 ‘선거용 뒤집기’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국민의힘이 주춤하는 사이 민주당이 치고 나갔다. 국민의힘에선 권영진 대구시장과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이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반발하면서, 부산 지역 의원들과 내분 조짐까지 일었다.

잡음이 커질 우려 속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말을 아꼈고 가덕도 논란도 잠깐 잦아들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최근 부산 지역 민주당 지지율(34.5%)이 국민의힘(29.9%)을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리얼미터 18~20일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가 나오자 가덕도 신공항 이슈가 다시 떠올랐다. 야당이 찬성하든 반대하든 상관 없이 ‘꽃놀이패’를 손에 쥔 민주당이 연일 ‘신공항 민심 몰이’에 나서자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인사들 사이에선 “우리 당에서 부산은 찬밥신세”(장제원 의원)라는 불만이 나왔다.

가덕도 문제만 나오면 국민의힘이 흔들리는 건 코앞으로 다가온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을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보는 당 지도부의 속내와 별개로,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하면 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당내 우려가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덕도 문제에 잘못 접근하면 부산시장 선거는 물론, PK(부산ㆍ경남) 표심이 중요한 대선 스텝도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찬성하자니 “수조 원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이 졸속 추진 되는데, 제1 야당이 손도 못 쓴다”(대구 지역 의원)는 당 안팎의 반발이 부담이다.

당내에선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공개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반대를 외치는 건 부산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국민의힘 3선 의원)라는 현실론도 적지 않다. 이미 당 부산시장 후보들은 “해운대와 가덕도를 잇는 첨단 교통수단을 만들겠다”(박형준 동아대 교수), “김해공항 전부를 가덕도로 이전해야 한다”(이언주 전 의원) 같은 공약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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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특위 9차 회의 도중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자료를 건네고 있다. 두 사람은 22일 가덕도 신공항을 놓고 엇박자를 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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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국가 이익과 지역 이해의 충돌 속에 국민의힘도 결국 암묵적 동의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책 사업은 국민 전체 입장에선 세금 투입 등의 기회비용이 잘 와 닿지 않지만, 특정 지역으로 좁히면 수혜 계층과 정치적 전시 효과가 확실하다”며 “만성 적자인 지역 공항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사업 타당성이야 어떻든 간에 표심에 민감한 정당 입장에선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확실한 ‘득표 전략’이라는 얘기다.

이번 가덕도 논란을 계기로 수권정당을 노리는 국민의힘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논의가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은 정권마다 골머리를 앓던 이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대선 공약으로 내건 ‘TK 신공항’을 백지화한 뒤 “국가 부담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김해공항 확장’ 결정을 내리면서 외국의 전문기관 용역까지 동원해 사유를 설명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신공항 문제를 외면하거나 단순히 찬반 입장을 정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며 “전략적으로 찬성하더라도 신공항 건설로 예상되는 혈세 낭비, 비효율성 등 각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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