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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정부 임기내 전작권 전환 버렸다, 대신 전환연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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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文대통령 임기 내년 5월까지 전환

전환연도 정해 차기 정권서 불변 목표로

임기내 전환, 시간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의 핵심 목표를 바꿨다. 정부는 당초 목표였던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년 5월) 내 전작권 전환'을 바꿔 '올해 전환 연도 확정'에 초점을 맞춰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이 2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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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미래연합사 구성을 위한 군사능력 검증 평가 3단계 중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평가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연합훈련이 취소되면서 검증 평가도 연기됐다. 사진은 지난 2015년 3월 30일 한·미 장병들이 전반기 연합훈련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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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군 당국은 전작권 전환에 앞서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3단계의 검증을 거치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1단계(기본운용능력ㆍIOC) 검증을 마치고, 지난해 2단계(완전운용능력ㆍFOC)까지 끝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합훈련을 제대로 열지 못하면서 2단계 검증이 올해로 연기된 상황이다.

전작권 전환 계획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년 5월) 내 전환을 완료하려면 2단계와 3단계(완전임무수행능력ㆍFMC)를 올해 모두 마쳐야 하는데, 한ㆍ미간 합의에 따라 두 단계의 검증은 같은 해에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올해 2단계 검증을 마쳐도 임기 내 전환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정으로 정부는 올해 중 ‘전환 연도 확정’으로 미국과의 협상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 전작권 전환 연도를 못 박아 차기 정부에서 전환 계획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 소식통은 "노무현 정부가 정한 2012년 전환을 늦추거나 파기했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이번엔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한ㆍ미가 합의한 로드맵을 바꿀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중"이라며 "전작권 전환의 추진 동력을 살리기 위해 2단계 검증만 마친 뒤 미국과 전환 연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전환 연도는 올가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정하는 게 목표다. 한ㆍ미 당국 간 실무에 밝은 또 다른 소식통은 "프로세스상 늦어도 올여름까지 2단계 검증을 끝내고 한ㆍ미가 함께 평가해 SCM에서 전환 연도를 정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이어 "보완 사항 등을 고려해 전환 연도가 정해지면 최종 평가인 3단계 검증은 전환 직전 해에 실시하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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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장관(왼쪽에서 둘째)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오른쪽)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열렸다. 이날 서 장관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에스퍼 장관은 “모든 조건에 맞춰 전작권 전환을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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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환 연도를 확정하려면 올해 2단계 검증 통과가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추이와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의 판단 등이 변수로 남아있다.

현재 한ㆍ미 군 당국은 수도권의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라 2단계 검증을 겸한 전반기 연합훈련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군 당국은 2단계 검증을 위한 연합훈련을 3월 8일부터 18일까지 여는 방안을 놓고 미군과 조율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한국군은 접종 계획만 잡은 상황이어서 한·미 연합훈련 여부엔 변수가 여전하다. 연합훈련을 하반기(8~9월)로 늦추면 2단계 검증에 대한 평가를 SCM에 보고하기가 빠듯하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방역 문제로 훈련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연내 2단계 검증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어떤 입장을 유지할지도 불투명하다. 주한미군 감축까지 공공연히 거론했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전통적인 군사적 역할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수년간 한ㆍ미 전작권 전환 협상에 나섰던 전직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은 일로 다져진 사람들"이라며 "전작권 전환 문제를 놓고도 한·미 합의 사항에 충실한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보다 훨씬 더 촘촘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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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9일 새로운 미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로이드 오스틴 예비역 대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오른쪽은 바이든 대통령, 왼쪽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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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은 ①한국군 핵심 군사 능력 확보 ②북한 핵ㆍ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③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충족 등 세 가지 조건이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관건이다.

익명을 원한 전직 정부 당국자는 "조건 중 특히 북핵에 대응할 궁극적인 수단은 현재로썬 미국의 핵우산뿐인데,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사를 지휘하는 상황이 오면 핵 억제가 가능한지 미국에선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군은 군사적인 판단에 충실해야지 정치권력이 정해준 목표에 '돌격 앞으로' 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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