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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블랙박스가 쏘아올린 '이용구 사건' 경찰 묵살 의혹…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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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못 본 걸로 하겠다고 했다”

택시기사 폭로에 ‘이용구 봐주기’ 논란 재점화

"블랙박스 영상 없었다"는 기존 경찰 입장과 배치

경찰, 진상조사단 편성…내사규칙 개정 작업도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블랙박스 영상’의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사건 당시 경찰도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지만 이를 무마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진상조사단을 꾸린데 이어 논란의 시발점이 된 내사종결과 관련된 규칙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등 제도개편에도 나서기로 했지만 부실수사라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데일리

△이용구 법무부 차관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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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본 걸로 하겠다고 했다”…택시기사 폭로에 논란 재점화

서울경찰청은 24일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 A 경사가 작년 11월 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차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택시기사 B씨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게 보여줬지만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는데, 이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6일 발생한 이용구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은 지난 연말 처음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택시 기사가 원만히 합의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음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이 차관의 폭력행위가 택시 ‘운행 중’에 발생했는데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죄를 적용한 점, 여기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지 않고 경찰 선에서 내사종결한 점 등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특가법 적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즉 내사종결 여부를 좌우할 결정적 단서인 블랙박스 영상이 녹화 돼 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했고,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통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여기에 택시기사의 ‘경찰이 블랙박스를 못 본 척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경찰이 이번 사건을 무마 은폐하려던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진상조사단 편성, 내사규칙 개정…수습나선 경찰

부실수사, 여기에 은폐 의혹이 확산되면서 경찰은 대응 조치에 나섰다. 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 조치한데 이어 서울경찰청이 국가수사본부장 지시에 따라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진상조사단을 편성했다. 이 조사단은 청문 및 수사 관련 부서에서 차출된 13명으로 구성됐다. 조사단은 담당자가 해당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과 서초서 팀장·과장·서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했는지 등 관련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한발 더 나아가 내사종결 처분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규칙 제정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내사처리규칙 개정 방향에 대한 논의와 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경찰의 내사종결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면서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용구 사건’뿐만 아니라 ‘정인이 사건’에서도 현장 경찰관의 부적절한 내사종결 처리가 비극을 불러왔다는 비난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경찰 주변에선 내사 종결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칙을 개선해 나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관 자의적인 판단으로 내사 종결을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객관화하고 기준도 다듬어야 한다. 다른 부서나 제3자가 들여다보고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감수하더라도 경찰의 재량권 일탈과 남용을 막아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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