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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익제보자 “서류 조작한 권력...무법시대 되는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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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검찰청 관계자들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2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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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및 은폐 사건의 공익 제보자는 지난 21일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 외압’을 추가로 폭로하며 “국가 권력의 불법을 계속 수사하지 못하고 중단한 당시 판단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년이 지났지만 늦게라도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바로잡고 불법을 저지른 자들에게 법에 따른 정당한 처벌을 바라는 마음으로 공익 신고했다”고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14쪽 분량의 추가 공익 신고서에 따르면 이 공익 제보자는 “허위 공문서 작성, 불법 정보 조회 등의 혐의를 규명하여 단죄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수사를 중단한 책임은 신고인에게 있으며, 신고인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익 신고에 정치적 의도나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2019년 4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법무부의 수사 의뢰로 공익 법무관들이 김 전 차관 측에 출국 금지 여부에 대한 정보를 유출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규원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의 서류 조작과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들의 무단 출국 정보 조회를 알게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대검 반부패부 등의 외압으로 중단됐다고 공익 제보자는 폭로했다. 그는 지난 3~21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총 네 차례에 걸쳐 이 내용을 공익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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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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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무리 나쁜 잘못을 저지른 죄인이라도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와 재판을 한 후 처벌해야 진정한 법치국가”라며 “적법 절차의 원칙은 선언적 법률에 그치지 않고 권력기관 종사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고 신고 취지를 밝혔다.

“왕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서는 아니 되네/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어야 하네/ 지금의 조선은 백성의 것이 아닐세/ 백성을 위해 일하는 자들이/ 백성 위에 군림하고/ 자기 것을 지키려/ 패를 가르고 싸우는 자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왕 앞에 붙어 간언하고/ 자기와 다르다 하여 역도로 모는 그들/ 지금의 조선은 그들 것이네.”

영화 ‘조선 명탐정’에 나오는 대사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및 은폐, 수사 중단 외압을 폭로한 공익 제보자는 국가기관의 불법 혐의를 확인했는데도 수사를 중단하도록 외압을 받은 상황과 심경을 이 대사로 대신 설명했다.

2019년 4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법무부가 수사 의뢰한 공익법무관의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 금지 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이 김 전 차관 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가 서류 조작으로 긴급 출국 금지를 했으며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이를 승인한 사실을 알게 됐다. 박상기 법무장관도 보고받고 묵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공익 제보자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받은 후 긴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교수 출신 장관(박상기), 인권 변호사 출신 출입국본부장(차규근), 파견 검사(이규원)가 왜 이런 일을 했을까? 혼자 한 일일까? 수없이 의문을 갖게 하는 사건”이라고 했다.

안양지청은 그해 5~6월 휴대전화 17대를 포렌식하고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을 소환했다. 그러자 대검 반부패부·법무부 등 여러 경로로 수사 중단 압력이 왔다. 결국 그해 7월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 절차가 진행됐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 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되어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이라는 보고서를 남긴 채 수사가 중단됐다.

제보자가 그로부터 2년이 지나 공익 제보에 나선 것은 당시 판단에 대한 부끄러움과 후회 때문이었다. “공익 신고 과정에서 ‘검사 선서’를 읽어보았는데,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서와 같은 사명감과 용기를 갖고 허위 공문서 작성, 불법 정보 조회 등 혐의를 규명하여 단죄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법치주의가 왜곡돼 가는 상황을 보며 “불법 출금이 선망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역할을 다하지 않아 생긴 사건인 만큼, 나 또한 책임 있는 자리에서 책무를 회피하면 안 된다고 공익 신고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공익 신고 홈페이지의) ‘제출’ 버튼을 누르는 일이 제일 어려웠다”고 했다. 만감(萬感)이 교차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버튼을 누르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의 제보는 큰 파장을 불러왔고, 법무부·대검 등에 대해 대대적 압수 수색까지 이어졌다. 그는 “두렵기도 하고, 막중한 책임감이 든다”고 했다. “수사 중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으며 앞으로 조사 과정에 협조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향후 재판 과정을 통해 한 사람(김 전 차관)에 대해 왜 국가기관 전체가 나섰는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공익 제보 이후 일각에서 ‘김학의 비리 옹호’ ‘추미애 사단 찍어내기’로 보는 것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김 전 차관과 아무 인연이 없으며 고위 공직자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그를 옹호할 생각도 전혀 없다”며 “오로지 진실을 찾아 인권침해를 바로잡고, 정당한 처벌을 바라는 마음으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학의 사건만은 법치주의와 적법 절차의 예외로 인정하자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적법 절차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결국 자신과 가족, 친지도 불법 수사로 구금되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절차와 관련한 부차적 논란에 불과하다”고 해명한 법무부 입장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선한 목적을 위한 절차 하자는 부차적'이라는 잘못된 지시가 정당화되면, 권력기관 종사자들이 증거를 조작해 구속영장을 허위로 작성하는 무법시대(無法時代)로 후퇴할 것”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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