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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시민 "檢사찰 아냐, 부끄럽다"…한동훈 "조치 검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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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합니다.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2시 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사이 어느 시점에 재단 계좌를 열람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저는 그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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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에 게시된 유시민 이사장의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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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이사장은 2019년 12월 24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처음 이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지만, 의혹 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7월 24일 검찰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해 수사심의위원회를 연 날 아침에도 MBC 라디오에서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1년 만에 사과한 배경엔



유 이사장이 의혹 제기를 철회하기까지 약 1년이 걸린 배경에는 금융실명제법이 있다. 수사기관이 계좌주의 신원정보와 거래내역을 조회하면, 금융기관은 법에 따라 1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이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다만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는 경우 6개월 이내에서 통보를 유예할 수 있고, 이후에도 3개월씩 2회 더 연장할 수 있다. 즉 아무리 늦어도 1년 안에는 본인에게 알려야 한다. 유 이사장 역시 지난 7월 “검찰이 통지 유예를 걸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유 이사장의 주장이 사실이었다면 노무현재단 측엔 늦어도 지난해 12월엔 거래내역 열람에 대한 통보가 갔어야 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해가 넘어가도록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유 이사장을 향해 “이제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가 쏟아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유 이사장은 이날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경우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신의 행동을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과도한 적대감, 확증편향에 빠졌다”



유 이사장은 이날 ‘조국 사태’ 이후 자신의 언행에 대한 사과도 함께 했다. 유 이사장은 “저는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적 다툼의 당사자처럼 행동했다”며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 했고 공직자인 검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다.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다”고 밝혔다.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기본을 어긴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누구와도 책임을 나눌 수 없고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는 반성도 덧붙였다.

실제 유 이사장은 ‘조국 사태’ 이후 검찰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의 중요 국면마다 친문 지지자의 여론을 주도했다. 2019년 10월 8일엔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KBS 법조팀이 자산관리인 김경록 차장과 인터뷰한 내용을 검찰과 실시간으로 주고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친문 지지자들이 KBS를 비롯한 법조 기자들을 공격하는 시발점이 됐고, KBS는 이튿날 “조국 사태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취재·보도하겠다”며 사실상 법조팀을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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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이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호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난하는 데도 앞장 섰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가 검찰 압수수색 전 컴퓨터를 반출해 증거인멸 논란이 생기자, 유 이사장은 “증거인멸이 아니라 검찰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해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녹취록이 공개됐을 때는 “한 검사는 조국 수사를 지휘한 인물로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이다. 윤 총장이 깊이 개입돼 있지 않나 의심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동훈 “거짓말로 이미 큰 피해 발생. 조치 검토할 것”



유 이사장으로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온 한 검사장은 이날 유 이사장의 사과 직후 “여러 차례 노무현재단 계좌를 추적한 적 없다고 사실을 밝혔지만 유 이사장은 지난 1년간 거짓선동을 반복해왔다. 이로 인해 이미 큰 피해를 당했다”는 입장을 냈다. 한 검사장은 “나에 대한 수사심의위가 있는 날 아침에도 나를 특정해 거짓말을 했다”며 “이는 몰라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음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허위정보를 제공했는지 밝혀야 한다. 사과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해선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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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왼쪽)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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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이사장에게 계좌 추적 증거를 요구해온 김경율 회계사는 “사과를 쿨하게 받아주기엔 이미 심각하게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다”며 “KBS 법조팀, 한동훈 검사장 등에 책임을 지라”고 말했다.



유시민 “정치 비평 일절 않겠다”



친노·친문 진영에서 유 이사장은 오랫동안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됐다. 스스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꾸준한 유튜브 활동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김경수 경남지사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부턴 민주당 안팎에선 ‘유시민 등판설’이 끊이지 않았다. 아직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친문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사과로 인해 여권에선 “유 이사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 이사장 역시 이날 사과문 말미에 “지난해 4월 정치 비평을 그만두었다”“앞으로도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비평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미 유 이사장은 본인이 출마할 뜻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 일로 향후 정치적 발언이 더욱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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