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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野엔 기울어진 운동장? 뒤집힌 여론···부산 요동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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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오른쪽)와 함께 가덕도 전망대를 방문했다. 이 대표는 "힘을 다해 가덕신공항의 조기 착공과 완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공언하기도 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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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만 집중하는 듯했던 여야의 눈이 부산을 향하고 있다. 야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해 보였던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판세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21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2일에도 신공항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그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덕신공항은 부산의 미래다. 공항 하나로 경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한 가덕신공항을 문재인 정부에서 매듭지었으면 한다”는 말도 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부산 선거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꼽히는 신공항 문제를 앞세워 전세 역전을 노린다.

반면 국민의힘은 신공항 문제를 선거 쟁점에서 빼고 싶어한다. 전날 “가덕신공항 하나 한다고 부산 경제가 확 달라지지 않는다”는 자신의 발언을 민주당이 “가덕도 폄훼”라고 비판하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2일 해명에 나섰다. 그는 기자들에게 “(전날 발언은) 가덕신공항을 깎아내리려는 발언이 아니라 가덕신공항 건설이 부산 전체 경제를 크게 살린다고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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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은 22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가덕신공항 특별법 2월 처리 주장에 대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며 '선거용'임을 꼬집었다. 왼쪽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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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에 대해서도 “우리 당의 부산 당협위원장들 의견을 들어보면 그런 공항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더라”며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내달 부산을 직접 찾을 예정이다.



엎치락뒤치락 여론조사…뭐가 맞나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으로 실시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당초엔 야당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판세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말까지 여권에선 공식출마선언을 한 주자가 단 한 사람도 없을 정도였다. 지금도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과 박인영 부산시의원 등 2명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박형준 동아대 교수(지난달 15일), 이언주 전 의원(지난달 17일) 등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고, 현재도 모두 9명의 예비후보들이 부산을 누비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표가 출렁대는 여론조사 결과가 등장했다.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지난 18~20일)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4.5%, 국민의힘 29.9%였다. 일주일 전 같은 조사에선 민주당 24.7%, 국민의힘 40.7%였다가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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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지난달 15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부산의 새로운 도약에 힘이 되는 시장, 정권 교체에 힘이 되는 시장이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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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대 방향의 조사도 있다. 2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19~21일)에선 부산·울산·경남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36%, 민주당 지지율은 22%로 전주 같은 조사(국민의힘 29%, 민주당 23%)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일부 여론조사에서 변화가 감지되자 여당에선 기대감이, 야당에선 경계심이 커졌다. 민주당은 “민주당의 조직이 절대 열세라 여론조사만 믿어선 안 된다”(선거기획단 소속 중진 의원)는 신중함 속에서도 “부산 현안을 꾸준히 챙겨온 것에 대한 긍정적 반응”(최인호 수석대변인)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반대다. 겉으론 “여론조사 상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 몇 퍼센트 변했다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김종인 위원장)지만 위기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은 문 대통령의 고향으로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가 30~40%는 있다”(22일 이언주 전 의원)라거나 “하락세인 게 분명해 보이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21일 장제원 의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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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14일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를 방문해 "부산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이어 달리겠다"고 말하고있다. 뒤쪽 사진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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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출렁대는 여론조사 지표를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치평론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부산 보수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진 ‘추·윤 갈등’을 문재인 대통령이 정리하면서 여권이 최악 국면에서 탈피한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야권이 후보만 여럿 나타났을 뿐 경제 이슈에 미온적이었던 반면, 여권은 가덕 신공항 등을 밀어붙이며 민심의 주목을 끌고 있다”며 “정권심판론도 완화되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부산 사람들은 고향 사람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게 정치권에서 보는 대체적인 부산의 정서”라며 “그런 측면에선 야권의 유력 주자들보다 김영춘 전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이 더 ‘부산 토박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엄 소장은 “부산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침체한 지역 경제를 누가 되살릴 수 있냐는 것”이라며 “가덕도 신공항과 ‘부ㆍ울ㆍ경 광역특별연합’ 등 지역 경제 활성화 이슈를 선점한 여권이 이득을 보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야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흐름으로만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들이다.



국민의힘 ‘내부총질 금지’ vs 민주당 ‘지지층 결집’



그동안 ‘경선 통과=본선 승리’란 인식이 강했던 국민의힘에선 경선 과열 양상이 걱정이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예비후보들을 겨냥한 인신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선 각 후보와 부산지역 의원단에 “경선 과열을 야기시키지 말고 의원 줄서기도 피하라”고 경고했다. 경선 과열로 인한 본선 경쟁력 약화를 어떻게 막느냐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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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22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번 선거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으로 생긴 선거라 프레임으로 보면 유리하지만, 그 부분도 잊히고 있다"며 "가덕신공항 이슈 등은 여당에 유리한 프레임"이라며 '위기론'을 제기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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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에서 등을 돌린 구(舊)지지층을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숙제다. 지난해 4·15총선의 민주당 부산 지역 득표율(45.39%)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가덕신공항 등 경제 이슈로 역전을 노려보자는 게 민주당의 계산이다.

박재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덕신공항에 대한 국민의힘 내 입장차가 두드러질수록 야당이 부산 시민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부산 인사는 “부산의 민주당 지지층이 수적으로는 국민의힘의 절반에 못 미친다. 가덕신공항만을 승부수로 삼는 건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김효성·김기정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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