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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바뀐 시대' 취임식 축가에도 불똥…북미 원주민 "이게 너희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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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로페즈, 취임식서 부른 축가 논란

"이 땅은 너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북미 원주민 "이 땅이 백인 거냐" 반문

"백인 오기 전 갈색 피부 원주민 만든 땅"

헤럴드경제

미국의 인기 팝가수 제니퍼 로페즈가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야외에서 치러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This Land is Your Land'를 부르고 있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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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미 인디언'으로 흔히 알려진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의 후손들이 소수 인종 존중을 표방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맞아 취임식 축가 '디스 랜드 이즈 유어 랜드'(This Land is Your Land)에 대해 불만을 표해 주목된다.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와 함께 제2의 미국 국가로도 불리는 이 노래의 가사 일부가 소수 인종인 북미 원주민들에게 아픈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노래는 미국에서 캠프 파이어 장소나 초등학교 교실 등에서 흔히 불려질 정도로 유명한 곡이지만, 북미 원주민과의 영토 분쟁 등 미국의 아픈 과거를 상기시킨다고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라 새 시대를 축하하는 취임식 축가로서는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전날 워싱턴DC 미 연방의회 의사당 야외에서 치러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팝스타 제니퍼 로페즈는 '디스 랜드 이즈 유어 랜드'를 불렀다.

이 노래 가사 중에는 '이 땅은 너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This land was made for you and me)이라는 후렴구가 반복된다.

북미 원주민의 일족인 '럼비' 출신으로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거주하는 크리스텐 허링은 "나는 제니퍼 로페즈를 좋아한다"면서도 "그녀가 그 노래를 불러서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왜 저 노래를 굳이 취임식에서 부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 사우스다코타주의 원주민 일족인 시캉구 라쿠타 출신으로 현재 LA에 거주하는 베니 웨인 설리는 "이 땅이 너와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믿는 사람이 있느냐"며 이 노래에 대해 보다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 땅이 백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거냐"고 반문하면서 "사람들은 이 땅에 백인들이 정착하기 전 갈색 피부의 원주민들이 이 땅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미국의 포크송 싱어송라이터 우디 거스리가 1940년대에 만든 곡으로, 이후 미국의 각종 대규모 행사에서 널리 불린 '국민송'이라 해도 무방하다. 레이디 가가는 이 노래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몇 개월 후인 2017년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축하공연에서 불렀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이 노래가 등장했다. 당시 원곡자인 우디 거스리의 오랜 친구인 피트 시거와 부르스 스프링스턴이 이 노래를 직접 불렀다.

그러나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은 미국 내 소수인종 존중 등 아직 여전히 남아 있는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 철폐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취임 첫날에는 언론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악관 집무실에서 인종 평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마스크 쓰기 의무화,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 등 3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뒤이어 이날 총 15건의 행정명령과 2건의 기관 조처 등 17건의 행정 서류에 서명했다.

인종 평등이 코로나19 대응과 기후변화 대응 등과 함께 자신의 임기 내 최우선 정책이 될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북미 원주민 출신인 뎁 할랜드(61) 미 하원 의원을 내무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할랜드 의원이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미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계 장관이 된다.

뉴멕시코 출신인 할랜드는 라구나 푸에블로 부족 원주민으로, 2018년 여성 원주민으로서는 최초로 미 하원 의원에 당선된 인물이다.

미 내무장관은 연방이 인정한 약 600개의 원주민 부족과 공공 대지, 수로, 국립공원과 광물 등 미 영토의 20% 이상을 감독하는 자리다. 역사적으로 이 자리는 지난 245년 간 비원주민계가 맡아왔으며, 미 연방정부는 최근까지 북미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고 그들이 백인 문화에 동화되도록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AP는 전했다. 건국 이후 사실상 백인이 독점해 온 자리에 북미 원주민 출신 인사를 앉힌 것이다.

호충크족 또는 위네바고족으로 불리는 북미 원주민 출신 체리 테보는 이번 취임식에서 이 노래가 불려진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인들이 원주민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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