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구광모와 이재용 결단의 공통점, 핵심역량 안될 사업 버린다 [핫이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LG 트윈 타워 2018. 6. 29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전자가 휴대폰 사업 철수를 검토한다고 지난 20일 공식 밝혔다. LG에 휴대폰 사업은 23분기 연속 적자를 낸 대표적인 손실 사업이다. 누적 영업 적자만 5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여러 사업을 선단식으로 운영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대기업 문화에서 사업 철수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지금까지 LG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없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그러나 2018년 6월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만 42세의 젊은 CEO 구광모 회장은 달랐다. 그는 스마트폰 사업 부문을 도려낸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LG의 스마트폰 사업은 완전 매각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의 결단은 2014년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한화에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사업을 매각하는 통 큰 결단을 했다. 삼성이 보유한 테크윈 지분 32.4%는 8400억 원에 매각하며, 종합화학 지분 57.6%는 1조 600억 원에 판다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은 선단식 기업 문화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핵심 역량과 무관한 사업은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구광모 회장의 휴대폰 사업 철수 검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지금 LG의 핵심역량이 무엇인가, 그리고 미래의 핵심역량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놓고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휴대폰은 그 핵심역량에서 거리가 먼 사업으로 분류됐을 것이다. 실제로 휴대폰 사업의 경우, 프리미엄폰은 애플과 삼성이, 중저가폰은 중국과 인도 기업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LG가 이들 기업보다 앞설 수 있는 경쟁 우위 역량을 확보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23분기 연속 적자가 이를 입증한다.

앞서 구 회장은 스마트폰 사업 이외에도 몇몇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연료전지 자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 청산을 결정했다. 수처리 관리운영회사인 하이엔텍, 환경시설 설계.시공회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은 매각했다. 미래의 핵심역량과 관련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정리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구 회장은 인공지능과 전장 사업에서 미래의 핵심역량을 확보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독려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금 잘하는 주력 사업도 중요하지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신사업에 도전하다 실패하는 게 당장의 좋은 실적보다 낫다"고 강조하고 있다.

핵심역량 위주의 사업 재편은 한국 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하다. 선진 기업을 빠르게 모방하는 역량을 바탕으로 여러 사업에 동시다발적으로 진출하는 선단식 경영은 신흥국 기업에나 맞는 전략이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더 이상 모방 전략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혁신을 선도해야 생존하고 승리할 수 있다. 관련 없는 여러 사업 분야마다 골고루 남들이 베낄 수 없는 경쟁 우위의 역량을 확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핵심 역량을 확보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 과감히 손을 털어야 한다. 이번 LG의 결단은 그런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김인수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