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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코스피, 박스피 10년 감안하면 과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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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재동 군인공제회 금융부문 부이사장. [사진 제공 = 군인공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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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다르다.'

역사적으로 반복된 흐름에서 벗어나길 바랄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수가 코스피 3000 돌파의 동력인 점을 놓고도 "이번 '스마트 개미'는 다르다"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 개인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에 힘입은 증시 과열 이후 급락으로 이어진 패턴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희망도 섞인 평가다.

김재동 군인공제회 금융부문 부이사장(최고투자책임자·CIO)은 최근 매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의미 있는 평가가 가능하다. 현 시점에서 본다면 과거와 같은 면도 있고, 분명히 다른 면도 있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증시가 폭락한 작년 3월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보여준 투자 패턴에 건전한 투자와 투기적 매매가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증시가 폭락한 작년 1~2분기 저가 매수의 특성을 강하게 보인 점은 과거와 다른 점으로 꼽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로 코스피는 작년 3월 19일 1457.64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 유동성 확대 정책 덕에 증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일명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유입됐다.

이렇게 증시에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종목도 과거와 달랐다. 김 부이사장은 "정확히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의 투자 대상이 국내 및 해외 대형 우량주에 집중됐다"며 "국내 블루칩 기업의 강한 경쟁력 및 저렴한 밸류에이션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집중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 부이사장은 "최근에는 상승한 종목에 다소 무차별적으로 몰려드는 모멘텀 투자와 묻지마 투자 행태가 여전히 상당 부분 보였다"며 "이차전지기업, 전기차 기업, 바이오 기업 등 화제가 된 국내외 기업에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 없이 수백억원 이상의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은 과거 개인투자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모두 12조409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개인투자자의 자금은 삼성전자(6조4257억원), 삼성전자우(1조3557억원), 셀트리온(6250억원), 현대모비스(6197억원), 기아차(4640억원), 현대차(4320억원), LG전자(3999억원) 등 이슈가 있는 주식에 10조3220억원이 집중됐다. 삼성전자에는 코스피 지수 상승에 따른 수급 유입과 경쟁사 악재에 대한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LG전자와 현대차그룹주에는 애플카 협력 기대감으로, 셀트리온에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기대감으로 각각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 같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수는 코스피 지수를 거침없이 밀어올렸다. 코스피는 새해 들어 4거래일만인 지난 7일 3000선을 돌파했고, 그 이튿날엔 지수가 3.97%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횡보와 조정을 거쳤고, 지난 19일부터 반등해 3160.84까지 올랐다.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한 직후부터 증권가 안팎에서는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 부이사장은 "단기적으로 많이 오른 부분은 부담"이라면서도 "기간을 길게 놓고 보면 과열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운 기간동안 한국 증시가 '박스피'라고 불리며 1800~2200선 사이에 갇혀 주요국 증시 대비 덜 오른 걸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 부이사장은 "코스피 지수 구성이 (과거와 비교해) 선진화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박스피 시절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그룹에 은행, 정유·화학 등 구경제 산업에 포함된 기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성장산업에 포함된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스피 시가총액 1~10위의 종목 구성을 보면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차전지(LG화학·삼성SDI),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전기차(현대차·현대모비스), 인터넷플랫폼(NAVER·카카오) 등 성장산업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코스피 지수 구성이 선진화돼 수익률 측면에서 선진국 증시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이제는 펀드투자도 고려할만한 선택지라고 김 부이사장은 말했다.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경우 박스피 시절에는 장기간 투자해도 큰 수익이 나지 않았지만, 코스피 지수가 성장 동력을 갖춘 지금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이사장은 펀드를 고를 때 "운용사의 운용 철학과 그 철학을 일관되게 지키는지에 대해 잘 알아봐야 한다"며 "일관된 운용 철학을 지키는 운용사를 추려냈으면, 현재 시장 상황에 맞는 운용 철학을 가진 운용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순히 수익률만 비교하는 걸로는 제대로 운용사를 평가할 수 없다며 군인공제회가 돈을 맡긴 운용사 중 작년에 시장 수익률 대비 50% 이상 초과 수익을 달성한 해외 운용사와 10% 이상 부진한 운용사를 사례로 들었다. 두 운용사에 대한 김 부이사장의 평가는 "운용사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는 것이었다.

"시장 대비 50% 이상 초과수익을 낸 운용사는 신기술 대형주를 집중투자하는 투자철학을 고수했고, 10% 이상 부진한 운용사는 철저하게 가치주를 투자하는 운용사였다. 둘 다 일관되게 운용 철학을 지켰다."

김 부이사장은 올해 자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물가·금리를 꼽았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충격을 받은 증시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힘으로 회복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예측 지표가 2~3년 사이 가장 높은 2%를 초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은 금리 상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상승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자산 가격 조정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 상승 자체가 혁신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주가를 하락시킬 수 있다고 김 부이사장은 말했다. 증권가에서 성장 기업의 적정 주가를 산출할 때 해당 기업의 미래 수익 전망치를 시장 금리로 할인하는 방법을 쓰기 때문이다. 할인율(금리)이 낮으면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는 높게 평가된다. 김 부이사장은 "이론적으로 금리가 0%이면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는 무한대"라고 설명했다. 반면 금리가 오르면 미래 수익의 가치를 크게 할인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전 세계 증시를 이끌고 있는 혁신 기술주들의 주가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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