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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택배대란 막으려 직원 차출? 롯데, 택배 계열사에 '단기 사외파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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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글로벌로지스 파견 희망자 100명 모집
직원들 “택배인력 보강 위해서냐”
롯데 “일자리 수급 불균형 해소 차원, 희망자만"
한국일보

롯데글로벌로지스 동남권물류센터(송파 물류센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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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노동조합이 과로사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롯데그룹이 각 계열사에 택배 보조인력 파견을 요청해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롯데 측은 “코로나19로 발생한 계열사별 일자리 수급 불균형 해소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파견 시작 시점이 설 명절 전인데다 파견 회사가 택배사인 글로벌로지스라 “택배대란을 막기 위한 차출이 아니냐”는 직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일 물류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달 초 롯데쇼핑과 롯데렌탈, 롯데케미칼, 롯데월드몰, 롯데JTB 등 계열사에 “글로벌로지스 파견자 100명을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롯데가 올해 도입한 '단기 사외파견제'의 첫 적용이다. 이 제도는 업무가 줄어 인력이 남는 계열사와 인력이 부족한 계열사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코로나19로 무급휴직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롯데가 내놓은 그룹차원의 인력 대책이다.

글로벌로지스에 파견되는 직원은 전국 작업장에 배치되고, 택배 차량에 동승해 배송 지원업무를 할 전망이다. 택배차량의 주차를 돕거나 택배기사가 물품 배송시 차량에 대기하는 한편, 반품 수거 후 집하장에서 물건을 분류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내부 공지에 따르면 파견직원의 급여나 복리후생은 원 소속 회사 기준이고 추가수당은 없다. 파견기간은 1~3개월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롯데그룹 익명게시판에는 “택배인력 보강 약속을 뒤늦게 지키는 방법이 이런 거냐” “파견을 명분으로 한 구조조정 아니냐”는 우려 섞인 글이 다수 올라왔다. 지원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제도이지만 신청자가 없을 경우 체계적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취지이지 택배대란에 투입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제도가 아니다”면서 “희망자만 파견되고 강제성은 전혀 없다. 지원자가 극소수라 택배업무에 실질적인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계열사 간 인력지원은 공정거래법상 원칙적으로 불가해도,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용 안정을 위한 목적이라면 가능하다. 공정거래법의 취지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한 계열사 지원을 막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간을 명시하고 지원자의 자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동사건을 다수 처리한 정선경 변호사는 “무급휴직 등 급여를 못 받는 최악의 상황보다는 희망자를 인력 수요가 큰 계열사에 파견하되 원 소속 회사와 동일한 임금을 주고 복귀 시점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와 같이 파견기간이 불분명하거나 당사자의 동의를 받았더라도 차출이 강요되는 분위기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 변호사는 “계열사 및 부서별로 정해진 인원을 파견 받는 경우라면 강요가 없더라도 ‘가장 낮은 연차부터’ 파견을 가게 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고 이는 자발적인 의사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설 택배대란 대비, 분류 인력 1,000명 지원 예정


한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계열사 직원 파견과 별개로 설 전 택배물량 폭증에 대비해 내달 1일부터 분류 지원인력 1,000명을 투입한다. 택배기사 과로사를 예방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이 중 600명은 오는 25일까지 먼저 현장에 배치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로지스 자체 인력은 전국 1만명 정도다. 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지원인력 투입으로 인한 추가 비용은 우리가 전액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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