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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부엉이 모임’ 약진… 집권 5년차 더 짙어진 친문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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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개각 인선 특징

靑 “외교라인 새로운 활력 필요”

美 외교노선 달라져… 대응 미지수

이인영·한정애 등 의원 겸직 6명

전문성보다 국정 장악력에 무게

작년 12월 이후 내각개편 마무리

4월 선거 전후 추가 개각 가능성

세계일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임으로 내정된 정의용 후보자(왼쪽)가 2018년 6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마중하며 인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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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외교부 장관에 ‘정의용 카드’를 전격적으로 뽑아 들었다.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조율을 통해 멈춰있는 북·미관계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북 접근법 변화를 예고한 바이든 행정부와 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취소를 요구하는 3월 한·미 연합훈련 시행 여부, 늦어도 6월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신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새롭게 구성된 외교안보 라인이 맞이하는 1차 분수령이다. 이날 함께 입각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친문(친문재인) 정치인들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친정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훈·정의용 라인’ 부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의지 확고

이번 개각 핵심은 강경화 장관을 교체하면서 후임으로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선택한 것이다. 전격적인 인사다. 강 장관은 문 대통령 5년 임기를 함께 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오경화’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주요국 행정부에 변화가 있어 외교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외교 전열을 재정비하는 취지로 이해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 임명도 대미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번 외교안보 진영 개편으로 문재인정부의 추후 대북정책이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가 완전히 실현된다면 북·미 간에 또 남북 간에 또는 3자 간에 평화협정체계를 통해 평화가 구축되면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다양한 소통을 통해서 우리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또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했다. 북한에 두 차례 특사로 갔고, 미국과 일본, 중국도 여러 차례 오갔다. 그런 그를 외교 일선에 복귀시켰다. 현 정부 초반의 서훈 국가정보원장·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체제를 ‘서훈 국가안보실장·정의용 외교부 장관’ 체제로 업그레이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후보자와 청와대 시절을 함께한 최종건 1차관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외교부에서 정 장관 후보자를 보좌하게 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재인정부 1기 국가안보실이 외교부로 옮겨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후보자의 앞길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다. 동맹중시·상향식 접근을 내세우며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방침을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우리가 하려는 첫 일 중 하나는 전반적 접근법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당시 정 후보자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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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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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모임’ 약진… 친정체제 강화한 文

이번 개각의 또 다른 특징은 ‘친문체제’ 강화 및 집권 후반기 관료 의존도 탈피다. 황·권 후보자는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부엉이 모임’ 출신이다. 이날 개각으로 ‘부엉이 모임’ 출신 장관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4명으로 늘어났다.

황 후보자는 해당분야 경력이 없다. 이에 대한 비판을 예상하면서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아울러 내각 안에 국회의원 겸임자 역시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6명이 됐다. 문 대통령이 전문성보다는 국정 장악력과 체제 강화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도개혁비서관에 이신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중소벤처비서관에 이병헌 중소기업연구원장, 농해수비서관에 정기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정책보좌관을 내정하는 등 비서관 인사도 단행했다.

이날 개각으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있었던 내각 개편을 완료했다. 당초 예상됐던 경제부처 장관 교체는 중기부 장관 정도에 그쳤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한 시점에서 대선 출마가 예상되는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추후 개각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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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 文정부 초대 안보실장… 두 차례 대북특사 파견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2018년 ‘한반도의 봄’ 당시 남북,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2018년과 2019년 대북특사로 두 차례 평양에 다녀왔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메시지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등 북·미 간 가교역할도 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2017년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단장으로 외교정책 수립을 총괄했다.

△1946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5기 △외교부 통상국장·주미공사·주제네바대표부 대사 △17대 국회의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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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체부 장관 후보자 - DJ 비서로 정계 입문… 친문 ‘부엉이 모임’ 간사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1997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비서로 정계 입문한 정치인이다. 이후 노무현정부 인수위 행정관을 거쳐 청와대 정무수석실·참여수석실·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업무능력을 두루 인정받았다. 20대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다. 원내 입성 후에는 친문 의원들의 ‘부엉이 모임’에서 간사 역할을 맡으며 여권 주요 인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 국회 국방위 간사를 지냈다. 황 후보자는 이날 “문화·예술·관광·체육 분야 접근성이 취약해진 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67년생 △전남 목포 △장훈중·강서고 △숭실대 경제학과 △연대 도시공학박사 △19대 문재인 대통령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 △민주주의4.0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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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칠승 중기부 장관 후보자 - 삼성 공채 출신… ‘민주주의4.0’ 멤버로 활동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대구 경북고를 거쳐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했지만 노조 활동을 계기로 회사를 나왔다. 참여정부(노무현정부) 시절 비서실 행정관을 지내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는 등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꼽힌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며 당 정책위 부의장,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국회에서는 친문 싱크탱크 ‘민주주의4.0’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1965년생 △대구 경북고 △고려대 경제학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경기도의회 의원 △제20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제21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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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 - 바이든 부통령 때 북미국장 지내

김형진(사진) 신임 국가안보실 2차장은 외무 관료 출신으로 외교부 차관보와 청와대 외교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을 때 북미국장을 지내 바이든 행정부와 연결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1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외교부 북미국장 △외교안보수석실 외교비서관 △서울특별시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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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권익위 부위원장 - 공익활동 두각… 갈등 조정 높이 평가

이정희(사진) 신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등을 역임한 법조인 출신으로 형사·민사·행정소송 등 다양한 분야의 사건을 맡은 경험과 풍부한 공익활동을 벌여왔다. 집단갈등 조정·중재 능력 및 소통역량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1954년생 △전남대 법학과 △사법고시 32회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위원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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