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보증금 올릴것"…50만 임대사업자 소송 예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법부가 `최초 임대료` 논란에 대해 주택임대사업자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마을 신명스카이뷰하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전경.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원이 정부의 '최초 임대료' 유권해석과 상충되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20일 법원은 주택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임대인이 전·월세 상한 5%를 초과하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8월 정부가 임대차관련법 시행 직후 '임대사업자도 보증금 5% 상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한 유권해석을 전격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특히 정부는 매일경제 취재 결과 이날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권해석대로 5% 상한 적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시장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한주택임대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9일 전세보증금 인상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집주인인 임대사업자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8년 12월 세입자 B씨와 5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다음 해 1월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A씨는 주변 시세에 맞춰 3억원의 전세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세입자는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상한액인 5%만 올려줄 수 있다고 거절했다.

문제는 기존 민간임대주택특별법과 정부가 개정한 임대법이 상충하는 데 있었다. 임대주택사업자법인 민특법은 기존 임대차 계약이 체결돼 있더라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후 맺는 첫 번째 계약을 최초 계약으로 봤다.

하지만 개정 임대차법은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정했고, 정부는 민특법에 계약갱신청구와 관련한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임대차법을 따라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 역시 지난해 8월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을 통해 "민특법상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이 배제되지 않는다"며 임대료 5% 상한을 고집했다. 법원의 판단은 민특법이 일반법보다 우선 적용되는 '특별법'인 만큼 여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임대사업자들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법원이 임대인의 주장을 온전히 들어준 사례는 처음이다.

정부의 5% 상한 유권해석이 흔들리면서 임대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대인들은 최초 계약의 기준을 존속 임대차계약 유무에서 임대사업자 등록 시점으로 조정해 달라며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게시한 상태다. '민간임대사업자 최초 임대료 기준을 변경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이 청원은 20일 현재 1477명에게 동의를 받았다.

전국의 민간임대사업자는 53만명(지난해 상반기 기준)에 달한다. 임대사업자들이 등록한 민간 임대주택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국 160만7000여 가구다.

매일경제

경기도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한 임대사업자는 "전세난에 주변 전세 시세가 크게 올라도 정부 말만 듣고 5% 상한액에 맞춰 계약했는데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체크해봐야겠다"고 토로했다. 다만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임대인과 임차인 간 계약에 따른 손해이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상급심 판단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온 상황은 아니고, 법제처 역시 행정부 유권해석과 동일하게 판단한 만큼 법원의 추가 판단을 기다려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시장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박 변호사는 "비슷한 문제를 가진 임대인들이 잇달아 소를 제기할 것"이라며 "재계약을 앞둔 임대인들은 법원의 판단을 믿을지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믿을지 우왕좌왕할 텐데, 당분간 극도의 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