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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종합]"모든 가능성 열어뒀다" LG폰 결국 포기 가닥…누적 적자 5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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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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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김흥순 기자]"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LG전자가 결국 스마트폰 사업(MC) 정리 수순에 돌입한다. 무려 23분기 연속 적자에, 누적 적자규모만 5조원대에 달하는 MC사업본부는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수차례 일었던 매각설, 철수설에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던 LG전자도 이번엔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사실상 철수설을 인정했다.


권봉석 LG전자 대표는 20일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과 관련해 본부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권 대표는 현재 모바일 사업의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언급했다.


LG전자 역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면서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면 구성원에게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롤러블 호평 속 매각설 번져…어떻게 시작됐나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설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2015년부터 연평균 9000억~1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사내에서조차 애물단지 소리가 쏟아진다. 일각에선 언제 정리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업,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위해 접어야 할 손가락 등의 평가도 나온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 규모다.


특히 이번 정리설은 LG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이 될 롤러블폰이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번져 더욱 눈길이 쏠렸다. 그 시작점은 인력조정이다. LG전자는 최근 MC사업본부 역할을 줄이는 쪽으로 구조개편을 진행해왔다. 롤러블폰처럼 하이앤드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하되 중저가폰의 경우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MC사업본부 직원의 약 60%를 타사업부로 이동시키고 희망퇴직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만간 LG전자가 스마트폰 철수설을 공식화할 것이란 목소리가 확산했다.


여기에는 취임 후부터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동시, 과감한 적자 사업 정리에 나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행보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그룹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구 회장은 앞서 LG디스플레이의 LCD사업처럼 LG전자 경영진에게 '될 사업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의 결정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내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LG 벨벳


◆벨벳, 윙...연이은 참패에 누적적자 5조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LG 폰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LG전자가 스마트폰 철수를 검토하는 배경이 됐다. 내부적으로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중저가 제품군과의 경쟁, 삼성전자·애플 등의 프리미엄 제품군과의 경쟁 모두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LG벨벳, 윙 등 지난해 야심차게 추진해온 제품 라인업 개편 결과조차도 신통치 못했다. 폼팩터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던 LG윙은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었지만 국내 누적 판매량이 10만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프리미엄 시장을 노린 벨벳은 가격도, 성능도 놓쳤다는 비판도 받았다. 최근 짧은 영상으로 공개한 롤러블은 소비자들은 물론, 외신들에게도 관심과 호평을 받았으나 롤러블 만으로 누적 적자 5조원 규모의 MC사업본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 관계자는 "MC사업본부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한 자원 운영의 효율화, 글로벌 생산지 조정, 혁신 제품 출시 등 각고의 노력들을 해왔다"면서도 "2015년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라고 뼈아픈 결과를 인정했다. 이번 철수설의 시작점이 된 ODM 비중 확대 역시 현재 LG전자 스마트폰의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결국 이날 밝힌 공식 입장처럼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스마트폰 카드를 접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의 연결성이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LG전자가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유지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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