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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매물 쏟아져도 꿈쩍 않는 집값… 시장 내성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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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이 쏟아낸 양도세 회피 매물, 개인 실수요자 ‘패닉바잉’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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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법인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집값 하락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과 전셋값 동반 상승에 불안감을 느낀 개인 실수요자들이 ‘패닉바잉(공황 구매)’에 나선 결과다. 시장에선 세제 강화를 통해 법인 및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법인이 매도한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아파트 포함)은 총 5만87건으로 전달 3만3152건보다 51.1%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월간 기준으로 7월 5만642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거래량이다. 작년 7월에는 정부가 6·17 대책과 7·10 대책 등을 통해 법인의 주택 거래 관련 세제를 강화하면서 법인 매물이 쏟아졌다.

작년 말 법인의 주택 매도가 급증한 것은 올해 1월부터 법인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이 인상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까지는 법인의 주택 양도 차익에 기본 법인세율(10∼25%)과 추가세율 10%를 더해 과세했지만, 이달부터는 추가 세율이 20%로 올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부터 대폭 강화된 법인 주택에 대한 세금 탓에 법인으로 주택을 보유하는 게 큰 의미가 없어졌다”며 “법인은 개인과 다르게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년 말까지 매도 선택에 어려움이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시·도별 법인의 주택 매도 건수는 경기도가 1만6644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4788건), 서울(4275건), 경남(4001건), 경북(3281건), 충남(3206건), 대구(2524건), 전북(2181건), 광주(1961건)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 과천시의 경우 10월 1건, 11월 10건에 불과했다가 12월에 1675건으로 폭증했다. 하남시는 10월 22건, 11월 22건, 12월 519건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남양주시도 10월 460건, 11월 134건, 12월 923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투자 수요가 몰렸던 수원, 고양, 의정부, 시흥, 파주 등에서는 11월부터 법인 매물이 다수 풀려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한 세종의 경우 지난달 법인 매도 거래는 754건으로 전달 83건보다 9배 넘게 증가했다.

법인이 던진 주택 매물은 대부분 개인이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법인이 매도한 주택의 92.4%를 개인이 매수했고 4.4%는 다른 법인이, 3.2%는 기타 매수자가 사들였다. 당초 정부는 세제 등 규제로 법인과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이들의 주택이 시장에 다수 풀리면서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개인들이 ‘패닉바잉’에 나서면서 가격 하락 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게 됐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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