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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옐런 "인위적인 弱달러 없을 것…中 견제에 모든 수단 쓰겠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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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 청문회

"달러에 개입 않을 것…해외 환율조작 엄단"

"中 불법 행위 비난 커…동맹과 함께 견제"

"법인세 올릴 것…OECD서 같이 논의해야"

"기후변화, 실존 위협…고위급 전담팀 신설"

이데일리

재닛 옐런 미국 신임 재무장관 지명자.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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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인위적인) 달러화 약세를 추구하지 않겠다.”

“중국의 불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쓰겠다.”

“당분간 재정 부양책에 집중하되, 경제가 회복하면 법인세율을 인상하겠다.”

재닛 옐런 미국 신임 재무장관 지명자가 1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강조한 여러 발언들 중 핵심이다. 옐런 지명자는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바이든 경제팀’의 수장 역할을 할 게 유력하다. 사상 최악의 팬데믹 경제위기를 타개해야 하는 게 그의 중요한 책무다.

“달러화에 인위적인 개입 없다”

옐런 지명자는 “미국은 무역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약(弱)달러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 달러화와 기타 통화들의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 경쟁력 등을 이유로 달러화 강세에 노골적으로 반대했던 트럼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이날 그의 발언에도 달러화 가치는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장중 내내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90.40까지 떨어졌다. 시장이 옐런 지명자의 언급을 ‘강(强)달러 회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달러화 약세 기대를 변화시키는데 옐런 지명자의 발언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옐런 지명자가 “통 큰 행동(act big)”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부양책을 강조한 이상 시장 내 기대가 강달러 바뀌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수석환율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낮고 노동시장이 약할 때 강한 통화는 환영 받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옐런 지명자는 실제 통 큰 경기 부양을 강조했다. 옐런 지명자는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발표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두고 “우리가 국가부채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제안하지는 않았다”며 “지금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거의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크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부양책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의원들에게 전한 메시지로 읽힌다.

옐런 지명자는 “이건 비용보다 이익이 훨씬 더 크다”며 “특히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돌볼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중국 견제에 모든 수단 쓸 것”

옐런 지명자의 환율 발언은 그보다 다른 나라의 환율 조작 저지에 방점이 찍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미국은 환율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하려는 시도에도 반대할 것”며 “무역상 이익을 위한 환율 조작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외국 정부가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모든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옐런 지명자는 이날 중국 견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중국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국”이라며 “중국의 경제적인 부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해외 시장에 덤핑(채산을 고려하지 않고 값싸게 투매하는 일) 판매를 하는 행위, 국내 기업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 지적재산권을 도용하는 행위 등은 국제사회와 경제학계로부터 광범위하게 비난 받고 있다”며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옐런 지명자는 “그 불공정 관행이 지적재산권을 훔치거나 혹은 불공정한 기술 우위를 제공하는 보조금과 관련이 있다면, 우리는 그 관행에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동맹국들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1:1 구도로 맞섰던 것과 달리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안보 분야 외에 경제·기술 제재 같은 비(非)안보 분야까지 동맹국들과 폭넓게 협업할 가능성을 내비쳐 관심이 모아진다.

“경제 회복하면 법인세 올린다”

옐런 지명자는 아울러 법인세율을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과 경제팀은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은 미국인들에 대한 신속한 구제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며 “(정책의 최우선 과제에) 증세는 있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17년 트럼프 정부의 감세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향상했다는데 “동의한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기존 35%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1%까지 인하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를 두고 다시 28%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는 하지만 법인세율 인상에 나서겠다는 점을 더 부각했다. 그는 “전세계 다른 나라들과 협력한다면 저 높은 법인세율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한 법인세율 논의 같은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했다. 그는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전세계의 파괴적인(destructive) 경쟁을 막기 위해 다국적기업에 대한 법인세 협상을 통해 다른 나라들과 적극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중국 견제뿐만 아니라 법인세율 인상을 두고 동맹국들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옐런 지명자는 “미국 경제가 더 많은 세금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을 때 트럼프 정부의 감세 일부를 되돌리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법인세율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위급 기후변화 전담팀 신설”

그는 또 기후 변화 전담팀을 신설할 계획을 천명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검토할 새로운 허브(hub)를 만들 것”이라며 “고위직(very senior-level)을 임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옐런 지명자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각종 자산 가격들이 크게 변화하고 신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존적인 위협(existential threat)”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정책에서 기후 변화 대응은 경제 회복과 함께 양대 축으로 꼽힌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미 ‘그린 스완(Green Swan)’ 화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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