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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오늘 바이든 시대 개막…"한국에 가시밭길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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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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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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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가 저물고 '바이든 시대'가 열린다. 이제 세계는 다시 예측가능한 초강대국 지도자를 갖게 됐다.

혈맹을 갈취하려던 미국 대통령은 사라졌다. '미국 우선주의'는 가고 '동맹 우선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렇다고 우리 앞에 꽃길만 펼쳐진 건 아니다. 동맹과 함께 중국을 압박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우리를 더욱 난처한 상황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중국 압박' 쿼드 플러스·D10 동참 요구…제2의 사드 사태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정오(현지시간) 공식 취임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임자의 취임식에 불참하고, 자신 소유의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내려간다.

공약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임기를 시작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트럼프 뒤집기'가 본격화되지만, 뒤집을 수 없는 정책도 있다. 대중국 정책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중국은 초당파적 이슈다.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데 민주당과 공화당의 구분은 없다.

바이든 행정부 초기 경제정책을 책임질 재넛 옐런 미 재무장관 지명자는 19일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은 분명히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국"이라며 "중국의 불공정한 행위에 맞서 모든 수단을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중국 압박 방식에선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양자 간 관세공격에 집중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주의적 접근에 주력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의 기조에 비춰볼 때 지식재산권 탈취 등 불공정 무역 관행과 인권 문제의 개선을 요구하며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전략이 유력하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중국 정책을 책임질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에 지명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민주주의 10개국'(D10)과 '쿼드'(Quad) 확대를 제안했다.

D10은 G7(주요 7개국)에 한국, 호주, 인도를 더한 개념이다. 쿼드는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한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의 비공식 안보회의체인데,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합쳐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돼 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도 최근 "우린 세계의 모든 문제를 혼자 풀 수 없고, 다른 나라와 함께 일하고 협조해야 한다"며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이 같은 대중국 압박 그룹에 동참할 경우 자칫 중국의 경제적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스티븐 노어퍼 컬럼비아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관계가 여러 분야에 걸쳐 악화될 것"이라며 "한국의 앞날에 헤쳐나가기 매우 어려운 길이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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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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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한일 관계 개선 요구할듯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요구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있던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한일 양국에 상호 관계를 개선하라는 노골적 압박이 있었다. 중국의 군사력이 더욱 강해진 지금 미국 입장에선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축'(린치핀')인 한국과 '주춧돌'(코너스톤)인 일본의 불화를 용인할 여유가 없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에서 위기를 맞았던 한미동맹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 탓에 장기간 공전해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도 조속히 타결될 전망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협박하며 한국을 갈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북미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 후반에 비해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정상회담과 같은 '탑다운'(하향식) 비핵화 협상에 거부감을 보여왔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까진 아니더라도 코로나19(COVID-19) 대응 등 다른 시급한 현안 탓에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후순위로 밀릴 공산도 크다.

일각에선 오는 3월 한미연합훈련을 전후해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북미 관계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4일 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공개하며 미국 새 행정부에 대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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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 제이컵 챈슬리(가운데)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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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다시 기후변화·인종평등

미 국내적으로도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바이든 행정부 초기 시급히 대응할 4대 과제로 △코로나19 △경기침체 △기후변화 △인종불평등을 꼽았다. 오바마 행정부 이후 4년 만에 기후변화와 인종평등이 미국의 핵심 국정과제로 복권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100일 내 1억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히겠다고 공언해왔다. 또 저소득층 지원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종평등 제고와 소수인종 공동체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도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바이든 시대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 유산은 당분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5명의 사망자를 낳은 지난 6일 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민낯을 드러낸 트럼피즘(열광적 트럼프주의)은 앞으로도 공화당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조나선 웨일러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탄핵소추했지만 공화당이 절반 의석을 가진 상원에서 탄핵이 결정되진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떠나도 트럼피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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