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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쿠아리움처럼 액체내 상태 훤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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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연구팀 그래핀 이용한 액상 현미경 개발

세계일보

카이스트(KAIST) 육종민(사진.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 시료를 원자 단위로 관찰할 수 있는 고해상도의 액상 전자현미경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전자현미경은 원자 수준까지 관찰이 가능해 나노미터(㎚) 단위 반도체 공정 분야 품질 관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생체 분자의 구조 분석 등에 쓰인다.

그러나 현미경 내부의 고진공 상태 때문에 액체 시료는 관찰하기가 어려워 시료를 급격히 냉동시키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방식이 주로 쓰인다.

하지만 시료가 정지된 상태에서는 제한적인 정보밖에 얻을 수 없어, 액체 내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진공으로 인한 증발을 막기 위해 액체 시료를 실리콘 막으로 감싸는 방식이 제시됐지만, 막의 산란 현상 때문에 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2012년 개발한 그래핀(흑연의 한 층에서 떼어낸 2차원 물질) 보호막으로 액체를 가두는 기술을 이용해 전자현미경에 적용할 수 있는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제작했다.

원자 단위 두께의 그래핀은 강도가 강철보다 200배 높고, 4기압에 달하는 압력을 견뎌내 액체 증발 막는다. 반면 기존 실리콘 막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얇아 원자 단위에서 물질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마치 인체 내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해 박테리아와 생체 분자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을 일으키는지,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플라크(실 모양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뒤엉켜 덩어리진 형태)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등 기존 기술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현상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육 교수는 “액체 내 물질들을 분자·원자 단위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면 자연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현상들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지에 싸여있던 생명 현상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구건모 박사, 박정재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지난 14일 자에 실렸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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