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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31조 투자 나선 TSMC…삼성 ‘파운드리 초경쟁’ 때 놓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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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공백속 조용한 비상경영 준비

5㎚ 이하 초미세공정 속도 경쟁

천문학적 투자, 전문경영인은 한계

5~10년 뒤 먹거리 확보 차질 우려

“하루면회 10분 옥중경영 비현실적”

중앙일보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향후 삼성의 대규모 투자에 차질이 우려된다. 1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의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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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국내 반도체 시장에 먹구름이 끼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구속되면서 삼성의 반도체 투자와 집행에 차질이 우려돼서다.

일단 삼성전자는 일상적인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19일 서울 강남구 서울멀티캠퍼스에서 ‘삼성청년SW아카데미’ 5기 입학식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정보기술(IT) 생태계를 확대하고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재판부의 주문으로 설립됐으나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받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조용한 비상경영’인 셈이다. 하지만 사내에선 낙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LG나 SK는 대규모 인수·합병(M&A)나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지만, 삼성은 오너의 부재로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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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우 TSM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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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국내 경제·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대규모 투자나 M&A 같은 주요한 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글로벌 인재 영입도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당장 경영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전문경영인은 5~10년 뒤에야 성과가 나오는 연구·개발(R&D) 같은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적극적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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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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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독보적 1위지만,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에선 대만 TSMC, 미국 퀄컴, 일본 소니 등에 밀려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가 경쟁 업체와의 기술 속도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한다. 삼성이 TSMC를 맹추격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가 특히 그렇다. 현재 전 세계에서 5㎚(나노미터, 10억 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5세대(5G) 스마트폰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업체도 사실상 이 둘뿐이다.

그런데 최근 TSMC는 올해 250억~280억 달러(약 27조~31조원)의 설비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이자 역대 최대다. 설비투자 대부분은 5㎚ 이하 초미세화 공정에 집중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는 총수 구속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최재성 극동대 반도체장비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생산라인은 수십조의 천문학적 금액이 들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이 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TSMC가 더 멀리 도약하려는 이 시기에 기술혁신 속도가 늦춰진다면 격차를 좁히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상속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경영권 승계 재판도 준비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하루 면회 시간이 10분인데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오랜 검토와 논의를 거쳐서 결정해야 할 일을 보고하고 결재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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