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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설 대목 전 확진 오명 벗어야” 코로나 덮친 전통시장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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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최대 규모 광주 양동시장

관련 확진자 늘자 손님 발길 뚝

상인·가족 자발적 전수조사

명절 특수 놓칠까 철통 방역

중앙일보

지난 14일 광주시 서구 양동시장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손님이 끊겼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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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간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어요.”

지난 14일 오후 2시쯤 호남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시장. 채소가게 좌판에 앉아 있던 한 상인은 “최근 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손님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양동시장은 지난 5일 이곳과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 19일까지 15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5일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양동시장 상인과 가족만 1870명에 달한다. 상인들은 “지난해 시장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때도 단골만큼은 꾸준히 찾아왔는데,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이날 찾은 양동시장은 인적이 끊겨 상인과 손님이 마주하고 가격을 흥정하던 모습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생선이나 고기 등 반찬거리를 찾는 손님까지 줄었다는 것이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다. 한 생선가게 상인은 “지난해에는 아무리 손님이 줄었어도 조기나 고등어 등은 꾸준히 나갔었는데 최근에는 죄다 안 팔린다”며 “매출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예년의 20~30% 수준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는 시장 상인들의 요청에 따라 코로나19 전수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임시 선별진료소가 시장 안에 세워졌다. 앞서 지난 8일과 9일 두 차례 전수검사와 상시검사로 1500여 명의 시장 상인과 가족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데 이어 세 번째 전수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상인들은 “몇 번이고 코로나19 검사를 받더라도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지 못하면 설 대목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는 생각에 방역당국에 전수검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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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광주시 말바우시장 상인이 ‘코로나19 음성’ 명패를 걸고 장사에 나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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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검사에서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협조 덕분에 방역당국이 예상했던 숫자보다 훨씬 많은 상인들이 참여했다. 방역당국은 전통시장에서 전수검사를 진행할 경우 총 점포 수에 1.6을 곱한 것을 업주와 종사자 전체 숫자로 본다. 양동시장의 총 점포 수는 1090개로 1.6을 곱하면 1744명이 예상 검사자 숫자인데 19일까지 1870명이 검사를 받았다.

상인들의 노력 덕분인지 지난 12일 이후로는 양동시장에서 추가 확진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세 차례 전수검사를 진행했던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양동시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뒤 목표로 잡았던 검사 숫자를 모두 채웠다”고 했다.

시장 상인들은 정기 휴일이던 지난 17일에는 “보건소에서 정밀 방역을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틀에 한 번씩 시장 상인들이 직접 자체방역을 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앞서 지난해 9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한때 폐쇄됐던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은 재개장 시점에 맞춰 상인들이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글이 적힌 명패를 걸고 장사를 하기도 했다.

광주 시장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1년을 힘겹게 버텨왔는데 설 대목마저 놓치면 상인들의 고충은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며 “양동시장에 있는 7개 상인회 모두 지속적인 검사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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