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댓글공장 의혹 '1타강사' 박광일···1년만에 드러난 추악한 비리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건추적]

중앙일보

유명 대입 국어 강사 박광일씨. 대성마이맥 홈페이지 화면 캡처


2019년 6월 유명 수학 강사 출신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에 “of the 팡일, by the 팡일, for the 팡일”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팡일'은 대입 ‘1타’ 국어 강사로 유명한 박광일(45)씨를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영상 내용은 박씨가 차명 아이디로 경쟁 강사들을 비방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른바 ‘1타 강사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시작이었다.

박씨는 영상이 올라온 지 3일 뒤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 글을 올렸다. “제가 큰 죄를 지었다. 모든 것이 오롯이 저의 책임이고 그에 따른 벌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학원가에서 논란이 일던 경쟁 강사 비방이 사실로 드러나는 듯했다. 많게는 수백억 원을 버는 1타 강사가 되기 위해 벌어지는 추악한 학원가의 비리로도 회자됐다. 이들의 실력과 명성에 ‘볼모 잡혀’ 학원비를 대야 하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분노를 삭여야 했다.



박광일, 사과문 쓴 뒤 '불기소'



사안이 커지자 박씨가 소속된 학원(대성마이맥)과 경쟁사(메가스터디교육)는 같은 해 7월 박씨와 댓글 조작에 가담한 A씨와 B씨 등 4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중앙일보

2019년 6월 댓글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박광일씨가 올린 사과문. 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은 ‘찜찜하게’ 일단락됐다. 경찰은 그해 11월 박씨를 제외한 A씨 등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씨에겐 '증거 없음'으로 불기소 의견을 달았다. 사과문까지 썼던 박씨는 당시 경찰 등의 조사가 시작되자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A씨와 B씨 등이 주도한 것이지 나는 댓글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A씨와 B씨 등도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했다. 결국 경찰은 박씨에게는 ‘공모 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 박씨를 제외한 3명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후 박씨는 ‘1타 강사’의 명성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1년 1개월여가 지난 13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18일 영장을 발부했다. 수원지검 등에 따르면 박씨는 A씨 등과 필리핀에 회사를 차린 뒤 VPN(가상사설망) 등을 이용해 수백개의 차명 아이디를 만들어 자신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고 경쟁 강사를 비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댓글에는 박씨가 속한 학원 소속 강사는 물론 경쟁 업체 강사들의 강의 내용이나 외모, 발음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그의 구속으로 학원가에서는 1타 강사 댓글 조작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1년 반 만에 드러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구속된 박씨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의 상태로 기소될 경우, 법정에서도 공방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박씨 측의 한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함께 구속된 직원 1명이 필리핀에서 한류 사업을 하는 지인(구속)에게 의뢰했다. IP를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고 필리핀에서 사업을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포괄적으로 댓글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댓글 조작을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1년 반 만에 "댓글 부대에 관여" 진술



중앙일보

2019년 6월 전직 수학강사인 유튜버 삽자루가 폭로한 박광일씨 댓글 조작 증거 영상 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일 중앙일보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1년여 전 수사 당시 입을 닫았던 사건 관련자 중 일부가 뒤늦게 “박씨가 댓글 부대 운영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한다. 검찰은 재수사를 진행했고, 박씨가 연루된 혐의를 포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박씨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2명도 구속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한성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씨 등 2명은 ‘증거인멸 염려’를, 다른 1명은 ‘도주 우려’를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박씨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박씨 등의 구체적인 혐의를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가 속한 대성마이맥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된 박씨의 강의를 폐쇄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