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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사면론, 원전 감사, 秋·尹 사태… ‘책임 떠넘기기’ 못 벗어난 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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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현안

이낙연發 사면론 사실상 정리

대선정국 전까지 수면 밑으로

원전 감사엔 “정치 목적 아닐 것”

秋·尹 갈등엔 “민주주의의 과정”

민심 이반·지지율 하락 등 고려

‘尹 정치활동 사전 차단’ 분석도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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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정치권을 달군 정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월성 원전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검찰 수사 과정을 둘러싼 여권과의 갈등, 이른바 ‘추·윤 사태’ 등에 대해 언급했지만 정치적인 논란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는 듯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시기상으로도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책임 떠넘기기’ 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임기 내 사면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민 상식’과 ‘국민 전체의 공감대’를 사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두 전직 대통령이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을 전제로 국민 공감대를 얻어야 사면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연초 사면론을 제기한 이후 논란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여당이 낸 결론과 유사하다. 연초 민주당 이 대표가 거론했던 사면 논란은 이날 문 대통령의 언급으로 사실상 정리됐다. 당분간은 사면론이 재부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을 겨냥해 “사면 권한과 책임은 국민이나 야당, 구속 중인 전직 대통령들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자 결심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가 던진 사면론에 대해 호남지역 등 지지층에서 부정 여론이 높아지자 사과와 반성, 국민상식을 전제로 사면 여부를 국민의 선택으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감사원 등 사정기관과 여권 간 갈등에 대해 언급했다. 여권은 최재형 감사원장, 윤 총장과 갈등을 빚었지만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고, 감사원의 원전 감사도 정치적인 목적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의 독립성, 검찰의 중립성을 위해서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에 대해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금까지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검찰·감사원과 여권 간 파열음이 커지면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자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한 언급으로 보인다. 탈원전 정책을 두고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와 정부·여당이 충돌하는 모양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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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이미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9일 예정돼있는 등 공수처 출범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윤 총장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윤 총장을 문재인정부 총장이라고 강조한 부분에서는 윤 총장의 정치 활동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의 정치적 입지를 여권으로 제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갈등 현안을 어느 정도 정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사원 원전 검사는 물론 추·윤 갈등에서조차 지난 1년간 갈등과 충돌을 방관하다 이미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기관 간 갈등을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나서 조율했어야 하지만 이를 방기하면서 갈등을 키운 셈이어서다. 여당 독주를 통제할 수 있는 청와대가 ‘강 건너 불 보듯’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안이했다는 점, 참모진이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친이 “文 지지층 눈치보기… 통합 뭉개” 격앙, 친박 “前 대통령 희생물 삼는 정치쇼”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국민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일방적인 사면권 행사는 지금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두 전직 대통령 측근들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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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친이명박)계 좌장 격인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사면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하지만 ‘엿장수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사면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사면을 찬성하는 사람이 국민의 단 10%가 된다 하더라도 국민통합을 위해선 사면을 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 고문은 “(대통령이) 사면을 찬성하는 국민들과 통합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야지, 사면을 반대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뜻을 맞춰서 안 한다고 하는 건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전직 대통령 사면이 이렇게 가벼운 가십거리로 전락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문 대통령은 사면에 반대하며) ‘국민 공감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국민통합과 국가 품격은 뭉개버린 채 진영논리에 따라 ‘문빠’와 지지층의 눈치를 본 것일 뿐이다. 결코 국가 지도자다운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던 민주당 당헌을 꼼수 개악한 것에 대하여, 선거에 이기기 위한 마음이 다급한 대통령이 ‘기준은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식으로 답변한 것처럼, 사면도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말씀하셨으면 차라리 솔직하다는 말이라도 들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이정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 의원은 통화에서 “사면을 포함해 국정 전반의 내용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낮은 단계의 실망스러움뿐”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4일 한 언론을 통해서도 “이낙연 대표와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필요할 때 넣었다 뺐다 하는 지갑 속 카드로 보나. 정권만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거듭 희생물로 삼는 정치 쇼는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대통령으로서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신년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소통 의지뿐 아니라 통합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다. 그런데도 전직 대통령은 사면을 ‘국민 공감대’에 미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면의 권한과 책임은 국민이나 야당, 구속 중인 전직 대통령들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대통령 직함의 통(統)자는 통솔(統率)보다 통합(統合)의 통(統)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 입장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문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당 지도부도 일치된 생각이고, (이낙연) 대표께서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오늘 기자회견으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의지를 철회했는지 묻는 질문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재차 답했다.

이도형·곽은산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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