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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재용 구속' 법원 "삼성 준법감시위, 선제적 감시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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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L]법원, 삼성준법감시위 한계점 지적…결국 양형사유 참작 안 돼 이재용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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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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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해 준법경영 의지를 피력했으나 실형 판결을 피하기에는 부족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구속 상태로 두 번째 대법원 판결을 받기 위한 재상고를 할지 검토하게 됐다.


"준법감시위 주문, '집행유예 구실' 아니냐" 비난 뒤집고 실형 판결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2심의 집행유예 판결은 대법원에서 깨졌다. 대법원은 뇌물은 36억원이라는 2심 판결을 깨고 86억원으로 액수를 올렸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결 직후 이 부회장이 재구속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에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주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을 통해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평가하고 평가내용을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주려는 것 아니냐고 특검에서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실형 판결을 피하지 못했다.


'긍정 1표 vs 부정 1표' 강일원 재판관 평가, 사실상 캐스팅보트

이번 이 부회장 실형 판결은 전문심리위원 3인 중에서도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의 평가가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나머지 전문위원 2인의 평가는 성향이 뚜렷했다. 특검 측 추천을 받은 홍순탁 회계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속가능한 제도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 측 추천을 받은 김경수 변호사는 삼성이 스스로 자정해나갈 것이라며 긍정적 측면을 부각했다. 긍정적 평가 1표, 부정적 평가 1표였다. 강 전 재판관의 평가가 캐스팅 보트였던 것이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를 통해 개선된 부분이 적지 않지만 한계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강 전 재판관은 "삼성합병 관련 형사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과 관련해서는 준법감시위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고발된 임원들에 대한 조치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은 이번 뇌물 사건의 핵심이다. 삼성합병은 경영권승계를 위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과업'이었고, 삼성바이로직스는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뽑아내기 위한 핵심계열사였던 것으로 지목돼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후속조치가 미진했다는 강 전 재판관의 평가는 이 부회장에게 뼈아플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 재판종료 후에도 스스로 선기능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특히 최고경영진에 대한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강 전 재판관은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정리하고 선제적 예방활동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지 않았나 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불법, 비리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준법감시위원회의 목표이자 존재이유다. 이 부분에서 준법감시위는 강 전 재판관을 납득시킬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준법감시위 성과 설득 실패…재판부 "양형 참작 안 돼"

이날 재판부는 준법감시위를 양형사유로 참작하지 않겠다고 판결하면서 강 전 재판관이 한계점으로 짚었던 부분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위는 일상적 준법감시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법행위 유형에 따른 준법감시활동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생가능한 새로운 행동에 대해 선제적 감시활동까지는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과거부터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을 중심으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준법감시제도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을 통해 위법행위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대응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고 했다.

또 준법감시위원회의 감시가 그룹 계열사 전체에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재판부는 "실행행위 단계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행위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에 대해 실효적인 준법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조직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비자금 조성 문제도 완벽히 예방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재판부는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비자금의 조성 자체에 대한 실효적인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삼성은 1000만원 이상 대외후원금 지출은 삼성준법감시위 심의를 받도록 규정했지만 재판부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치권력에 대한 뇌물 제공은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외관을 가장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며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한 관계사 담당자들이 그 실질이 뇌물 제공임을 스스로 밝히면서 이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안건으로 부의하여 심의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방법을 삼성 측이 스스로 분석하여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전 전 대통령 때부터 문제였던 권력형 뇌물비리를 스스로 돌아보고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뜻이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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