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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법원, 왜 2년6월 실형에 법정구속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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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억 뇌물로 '가중', 대통령 요구 거절 어려움에 '작량감경'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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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해고자의 ‘만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실형이 선고된 18일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관계자가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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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사면초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 입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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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횡령액 50억 넘고 준법감시위는 실효성 없다고 봐
재판부, 핵심 4가지 혐의 모두 인정했지만 ‘최저 형량’ 택해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공여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3)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고,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앞서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위법 행위 예방에 실효성이 있을 경우 감형 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8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파기환송심 핵심은 양형이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뇌물공여, 횡령, 범죄수익은닉, 위증 등 주요 혐의에 대해 대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그대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해 전 대통령 박근혜씨와 그의 측근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총 86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최씨 측에게 준 말 세 필 구입대금 등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 국회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최씨 모녀가 누군지 모르고, 이들에게 승마 관련 지원한 사실도 모른다’는 취지로 거짓 증언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된 첫 번째 이유는 이 부회장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어서다. 피고인이 저지른 여러 범죄 중 최대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 범죄가 있으면 이 범죄를 기준으로 처벌받는데, 이 부회장은 횡령죄를 기준으로 처벌받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0억원 이상 횡령 시 법정형은 최대 무기징역 또는 최소 5년 이상 징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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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작량감경’(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판사 재량으로 형을 깎아주는 형법상 조항)을 적용해 가장 낮은 법정형(징역 5년)의 절반을 선고했다.

현직 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거절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 등을 참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3년 이하 징역형은 형법상 집행유예가 가능하지만 재판부는 실형 선고를 택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6억원 뇌물을 적극적으로 제공한 점 등을 감안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로서는 실형을 선고하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최저형량을 택한 셈이다.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두 번째 이유는 준법감시위 활동에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만약 준법감시위가 감경 사유로 반영됐다면 집행유예가 선고됐을 수도 있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기업 총수 관련 범죄를 예방할 만큼 실효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가 위법 행위를 실효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향후 발생 가능한 법적 위험을 유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 삼성 준법감시위에는 이러한 법적 위험 유형화 작업이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과거 총수 관련 범죄는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을 통해 이뤄져왔는데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 정치권력에 대한 뇌물 제공은 허위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준법감시위의 대외후원금 지출 심사 강화만으로는 예방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집행유예 판결 전에 구속돼 있었던 353일을 형기에 포함하면 내년 7월29일 만기 출소할 수 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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