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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또 총수부재 충격 “AI 등 신사업 동력 상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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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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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2월 석방 후 3년 여 만에 다시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는 분위기다. 오너 부재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반도체 패권 전쟁 등 위기를 헤쳐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그간 실형 여부에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내부에선 희망론도 적지 않게 나왔다. 삼성준법감시위의 권고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 ‘뉴 삼성’ 신념을 밝혔고, 실제 준법경영의 고삐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등 신사업과 ‘뉴삼성’ 비전도 동력을 잃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도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이자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은 미중갈등과 팬데믹의 불확실성에서 최고경영진을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 “삼성 미래 행보 막혔다”

이 부회장 구속에 따라 삼성은 계열사별 책임 경영에 의존할 전망이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와해된 이후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팀이 주요 현안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사업 전반을 조율하는 구심점 역할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오너가 없다고 삼성이 안 돌아가겠느냐’고 말하지만 실제로 삼성은 총수가 큰 그림을 그리면 전문경영인이 실행하는 체제다. 큰 의사결정을 각 계열사나 사업부가 내리기 힘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시장이 변화하는 속도가 빠른데 어떻게 쫓아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SK 등 다른 그룹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총수가 직접 나서 비전을 설파할 때에도 삼성은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위축돼 있었다”며 “총수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해 온 삼성의 미래 행보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의사 결정이 굉장히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산업의 대 변혁 시기에 기회 손실로 인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2016년 하만 인수 후 그렇다할 M&A가 없다. 2017년은 반도체 호황기로 버텼지만 신사업 구심점이 없었다는 게 삼성의 평가다. 2018년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이 부회장이 5G, AI, 바이오, 자동차 전장 부품 등 4대 신사업을 선정하고,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내세우면서 신사업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테슬라,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기업은 모두 창업자의 비전에 의존하고 있다. 애플도 사실상 창업자가 지목한 ‘후계자’가 전권을 가지고 기업을 이끈다”며 “패러다임 전환기에 리더가 사라진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삼성 투자 유치 위축 될 것” 예측도

해외 언론도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서 구심점을 잃은 삼성의 행보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일상적 업무는 경영진 군단이 이행하겠지만 복잡한 장기 전략과 대규모 투자는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썼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 부회장의 부재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코로나19에서 벗어나려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또다시 삼성을 ‘지휘자 없는(rudderless)’ 상태로 남겨놨다”고 보도했다.

재계도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부에선 “한국적 상황에서 최고 권력의 요구에 불응하지 않을 기업이 어디 있나”며 “필요할 땐 압박하고, 나중에 법적 문제를 들이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해 도전을 해야 할 시기에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경영계는 실형을 선고한 금번 판결로 인해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된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이 부회장의 구속 판결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며 “장기간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그룹주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41% 내린 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물산은 6.84% 떨어졌다. 삼성SDI(―4.21%), 삼성생명(―4.96%), 삼성엔지니어링(―3.65%) 등도 3% 넘는 하락 폭을 보였다.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서동일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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