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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반말 안돼” 육군 주임원사들, 인권위에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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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린 장교가 반말 지시 당연’ 육참총장 발언 문제 삼아

육군 내 최선임 부사관인 주임원사 일부가 “육군참모총장이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국가인권위와 육군 등에 따르면 육군 주임원사 일부가 남영신 육군총장이 ‘장교들의 반말 지시가 당연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면서 지난해 12월 24일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현역 육군 간부들이 육군 최고 수뇌인 현직 참모총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남 총장이 ‘나이가 어려도 반말로 지시하는 장교들이 있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존칭을 써주면 오히려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남 총장의 발언 취지가 왜곡돼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육군에 따르면 남 총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육군 대대급 이상 부대의 주임원사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당시 회의에서 남 총장은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느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발언했다고 육군은 전했다. 육군은 “임무 수행 중 나이를 먼저 내세우기보다 계급을 존중하고 지시를 이행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으며 반말을 당연하게 여기라는 것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현직 참모총장 인권위 진정’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육군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 일각에선 이번 사안에 대해 “총장 망신 주기를 목적으로 한 인권위 진정 아니냐”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주임원사들은 보통 군생활을 30년 이상 한 ‘베테랑’들인데 이들이 육군본부 주임원사를 통한 군내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인권위라는 외부 기관에 직접 문제 제기를 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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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최근 일부 부대에서 부사관들이 장교를 집단 성추행하거나 명령 불복종을 하는 등 군기강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5월 육군 모 부대에선 중사 1명과 하사 3명이 나이 어린 남성 장교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엔 국방부 군사경찰대대에서 나이 많은 남성 부사관들이 자기들보다 어린 여군 장교 등에게 성희롱 등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6일 오후 ‘육군총장을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인권위에 진정해 군 기강을 해친 부사관에 대한 엄중 징계를 청원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17일 오후까지 2500여 명이 동의했다.

반면 ‘군의 척추’로 불리는 부사관에 대한 예우와 존중이 더욱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이번 사안을 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군이나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전문성을 가진 부사관에 대한 예우가 각별하다. 특히 미군 주임원사는 장성급 부대장과 거의 동급(同級)으로 공식 행사에 참가할 만큼 지위가 높다. 또 미군 등 영어를 쓰는 외국군의 경우 존칭을 쓰지 않는 언어 특성상 반말 논란은 없다고 한다. 미군 문화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은 “미군 장교들도 부사관들 나이가 더 많을 경우 나이에 따른 예우를 한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방사령관을 지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예비역 육군 중장)은 “군의 양대 중추는 장교단과 부사관단인데 장교는 관리자, 부사관은 전문가 그룹으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야 최상의 전투력을 개발하고 유지할 수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장교단과 부사관단이 제도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해 서로의 애로와 불편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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