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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월성의 분노 ”정치권 원전괴담 떠들면 끝이지만, 주민은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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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숙박시설 예약 취소 속출… 원전 문제 정치화에 주민만 피해”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환경단체가 경북 경주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삼중수소) 유출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원전 인접 주민들은 “정쟁에 주민들을 이용하지 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선일보

경북 경주 월성 원전 앞에서 홍중표 나아리 이장이 "정쟁은 정치판에서 하고, 애먼 주민들을 이용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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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전 앞에서 만난 홍중표(52) 나아리 이장은 “정치인이나 환경단체들은 여기 와서 잠깐 떠들고 가면 그만이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피눈물이 맺힌다”며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려 마을을 다 죽이고 있다”고 했다.

월성원전이 있는 나아리는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이곳 태생으로 52년째 살고 있다는 홍 이장은 “매년 인근 지역의 흙과 물, 농축수산물 등을 채취해 조사했지만 이제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방사성 물질이 줄줄이 유출되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퍼뜨려 지역 경제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했다.

월성 원전 인근은 신라 문무대왕릉 등 사적지와 해변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한 데다 이번 삼중수소 유출 논란이 일면서 그나마 간간이 이어지던 발길마저 뚝 끊겼다고 한다.

홍 이장은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고 허위(보고서)로 죽여놓고 이번엔 삼중수소 유출 의혹을 퍼뜨려 지역민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했다. 횟집을 비롯한 식당과 숙박업소 등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방사능에 오염돼 죽기 전에 지역경제가 망가져 죽게 생겼다”고 했다.

주민들은 월성 1호기 부당 조기 폐쇄와 삼중수소 괴담 유포와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홍 이장은 “40년 가까이 원전을 끼고 살아온 우리들은 괜찮다는데 여기서 살지도 않는 외지인들이 불안감을 퍼뜨리고 있다”며 “더 이상 이곳에 와서 주민들을 우롱하지 말라”고 했다.

월성 원전 최인접 지역 중 한 곳인 경주시 감포읍 최학렬(51) 주민자치위원장은 “정부가 철저히 조사해 유해한 삼중수소가 유출됐다면 원전을 폐쇄하고, 사실이 아니면 괴담을 퍼뜨린 정치인과 환경단체들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전 문제를 정치화하는 바람에 주민 피해만 커지고 있다”며 “더 이상 ‘아니면 말고’나 ‘카더라’ 식은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17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월성 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대한지질학회 등 관련 학회가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다. 운영방식·조사범위·활동계획 등은 조사단이 결정하고,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행정·기술지원을 담당한다.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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