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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당신이 사려는 그 주식, 그만한 기업가치가 있습니까 [코스피3000 개미의 시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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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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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코스피가 개장 이후 장중 3200선을 돌파하며 3213.69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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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 선행 PER·PBR, 주요국보다 낮지만 ‘역사적인 고점’
거품·고점 등 논쟁보다 ‘매수 가격’에 냉정한 판단 필요할 때
유동성으로 가파른 상승, 외국인·기관 매수세 유입 체크 중요

연초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어서고 30% 넘게 급격히 상승하면서 ‘거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주식투자에 나서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투자자도 많다. 개미들에게 거품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이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한국 증시를 둘러싸고 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는 분명 해소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적에 비해 속도가 너무 빠른 상승 국면이어서 본인이 투자하려는 기간, 관심 종목의 기업평가를 냉정하게 해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은 균형이 없다. 시간을 이길 수 있는 돈으로, 기업가치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재확인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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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평가 해소…실적 추월 ‘과속’

한국거래소가 지난 14일 기준으로 집계한 ‘주요 20개국(G20)의 증시 평가지표’를 보면 국내 증시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 지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5.4배로 미국(23.7배), 일본(23.6배), 중국(16.4배), 독일(16.3배) 등보다 낮다.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역시 미국(4.0배), 대만(2.5배), 독일(1.6배), 일본(1.5배) 등보다 낮다. 각국의 대표 기업을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PER은 15.1배로 미국의 애플(33.7배), 대만의 TSMC(25.4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코스피 추이로만 봤을 때 현재 PER은 고점으로 보는 게 맞다. 코스피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PER이 13배를 넘었고 2011~2020년 평균 PER을 계산하면 10.6배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국 증시와 격차를 줄이면서 영국 증시 PER과도 비슷해졌다. 이제 더 이상 주요국 증시와 비교했을 때 주가가 싸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블룸버그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큰 폭으로 상승해 130.2%를 나타냈다. G20 평균(128.7%)을 살짝 웃돈다.

기업실적 전망치에 비해 너무 빠른 속도로 증시가 상승한 점도 부담이다. 올해 국내 증권가에서 보는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은 134조원 수준이다. 지난해보다는 월등히 좋지만, 2017년 153조7000억원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현재 기대 수준에서 더 나아지지 못한다면 3000이 저항선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상승에서 소외된 업종을 제외하고는 상승 여력이 소진됐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12개월 선행 PER은 12.5배로 도요타를 제치고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최근 애플과의 자율주행자동차에 따른 성장성이 주가에 반영 중인데 자율주행자동차는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추구하는 미래라는 점에서 얼마나 차별화될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반면 산업 트렌드를 수용하고 체질을 전환하는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전환에 뒤진 도요타 주가는 많이 오르지 않은 것처럼 기업의 체질 전환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반영된 것인데 탈바꿈 과정이 긍정적 성과를 낸다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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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성 장세…개인만으론 ‘한계’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외국인에 편중됐던 시장 구조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개인들의 매수세로만 지수를 떠받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학균 센터장은 “지금은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비싸게 사고 있다는 점, 그런 압도적 유동성이 ‘코리아 프리미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불안하다”며 “내가 사서 내가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점유율은 36.8%다.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 매수세에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가 이어져야 선순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19 백신 공급, 공매도 금지 해제는 외국인 자금 유입의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높아진 주가지수’는 외국인 입장에서 ‘가격 부담’이 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대한 고평가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매수세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저평가와 고평가를 오가기 때문에 늘 ‘균형’이 없다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주식투자가 금기시됐던 이유는 높은 가격에 들어갔다가 손해 본 뒤 나오는 나쁜 학습효과가 쌓였기 때문이다. 김학균 센터장은 “골고루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주식은 좋은 자산이고, 나쁜 것은 비쌀 때 무리해서 들어가 쌀 때 팔고 나오는 것”이라며 “앞으로 조정기에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동학개미의 성공이 달렸다”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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