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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빨간불 켜진 신용대출…금융당국, 마이너스통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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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신용대출 급증…배경에는 빚투용 마통

증시 조정되면 개인투자자 직격탄 우려

규제 세질수록 가수요‥실수요자도 타격

이데일리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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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신용대출이 보름 만에 2조원 가량 불어나는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초 주식시장이 뜨거워지자 빚투(빚내서 투자)용 마이너스통장(마통)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마통 규제를 한층 강화해 대출속도를 늦추겠다는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규제수위가 올라가면 대출 문턱에 걸려 실수요자의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신용대출 보름만에 2조 급증‥빚투용 마통 개설 급증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528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말(133조6482억원)과 견줘 1조8804억원 증가했다. 작년 말 신용대출을 중단했던 5대 은행이 새해 대출 문을 연 이후 첫 주 약 45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둘째 주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작년 하반기 은행권 전체 신용대출 증가규모를 월 2조원 안팎으로 관리해 왔는데 불과 2주 만에 관리 상한선에 육박한 것이다.

올 들어 늘어난 신용대출의 대부분은 언제든 돈을 빼서 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이다. 올 들어 하루 평균 2000개가 넘는 마이너스통장이 새로 개설되고 있다. 이는 작년 말과 비교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올해 들어 14일까지 5대 은행의 신규 마이너스 통장은 모두 2만588개, 마이너스 통장 잔액(사용액)도 1조6602억원이나 증가했다.

연초부터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비롯한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증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0월 말 2200선을 기록한 이후 새해까지 연일 랠리를 펼치며 3000선을 넘어섰다. 주식 수익률이 워낙 높다 보니 연 3%대 안팎의 마이너스통장 이자를 내더라도 투자를 해 수익을 올리는 게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신용대출 뿐 아니라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 통장 잔액은 11조7575억원이나 줄었다.

반면 증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12일 74조455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산 개인투자자 주식 규모만 1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규모의 20%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권 돈이 증시로 이동하는 일종의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속도 조절 나선 금융당국…마이너스통장 정조준

증시로 머니무브 조짐이 보이자 금융당국과 은행권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주가상승이 빠른 상황에서 가격 조정이 일어날 경우 빚투로 거액을 주식시장에 쏟아부은 개미가 입을 타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건전성과도 직결된 문제다.

금융당국은 마통 관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특히 이달 주식시장 공모청약(IPO)이 증가하면서 투자를 위해 마통 수요가 급증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현재 금융당국을 월 단위로 은행권 대출을 총량 관리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은 한번 개설해두면 통제가 안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매일 은행의 상황을 살피면서 총량 규제를 맞출 수 있도록 마이너스 통장을 중심으로 빡빡하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도 당국을 의식해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지난 15일 신한은행은 각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엘리트론Ⅰ·Ⅱ’, ‘쏠편한 직장인대출SⅠ·Ⅱ’등 직장인 신용대출 4개 상품의 건별 최고한도를 5000만원씩 낮춘다고 공지했다. 다만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고 한도는 기존 1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앞서 우리은행우리WON하는직장인 대출 재개하면서 마이너스통장의 최대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당국의 규제가 강화될수록 가수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규제가 강화하기 전에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것이다. 작년 말 당국의 대출규제가 강화되자 아예 신규 신용대출을 끊은 뒤 생긴 학습효과다.

일부에서는 투자수요를 막으려다 실수요자의 생활자금을 끊을 수 있다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총량을 맞추려다 보면 아무래도 대출한도가 줄고 심사도 깐깐해질 수 있다”면서 “돈의 꼬리표가 없으니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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