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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공매도 운명' 2월 결판날듯…금융위·민주당 '물밑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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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연장 결정했던 금융위 회의서 결정·발표

공매도 반대 vs 거래 재개 속 코로나·증시상황·선거 등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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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오는 3월15일 공매도(空賣渡) 금지 조치가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3월16일부터 공매도 거래를 재개할지, 아니면 금지 조치를 추가로 연장할지, 그것도 아니면 일부만 재개할지가 2월 중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물밑 조율을 거친 뒤 금융위 회의에서 의결하는 방식으로 그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위는 물론이고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예정대로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려는 기류가 읽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국내 증시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서울·부산 시장 등을 뽑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특히 2월 임시국회 때 금융위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열린다면 공매도 재개 문제를 놓고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여야 의원들 간 치열한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시장조치 중 하나인 공매도 금지 및 재개 문제는 금융위가 의결해야 할 사안이다. 금융위는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1명, 당연직 4명(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감독원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부총재)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금융위 정례회의는 수요일마다 격주로 열린다. 다만 수요일이 아닌 날에 임시회의를 열어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지난해 8월27일 발표된 공매도 금지 조치 6개월 연장 건도 정례회의가 아닌, 서면으로 진행된 임시회의에서 결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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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대외경제장관회의 및 대외경제협력기금 운용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1.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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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과의 통화에서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2월 중순쯤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고,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경제는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공매도 금지가 3월15일 종료 예정이면 한 달 이상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정책을 발표해야 시장이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 등 금융위가 마무리해야 할 제도 개선 작업이 남아 있고, 공매도 금지의 배경이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및 국내 증시의 추이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2월 중에 결정되는 게 합리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 금융위는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6개월 간 금지한다'고 3월13일에 발표했고, '9월16일부터 공매도 금지를 6개월 연장한다'고 8월27일에 발표했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공매도 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폭락장 직후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시행됐던 만큼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오른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공매도를 예정대로 재개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기본 입장이다. 거품 제거 등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과 여당 일부 의원들은 금융위가 내놓고 있는 공매도 제도 개선안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칠 수준이 안된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전에는 공매도를 재개해서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상승세를 탄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결국 개인 투자자들만 또다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금융위 회의에서 이뤄지지만 그 전에 민주당과의 물밑 조율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정무위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방침을 정하고 있고,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당정협의를 위한 공식 회의를 여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일부 의원과 금융위 관계자가 논의하는 방식으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요청하는 청원 글에 12만명이 넘게 동의를 한 만큼, 청와대도 협의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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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위가 예정대로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겠다고 수차례 밝혔고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금융위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공매도 거래 재개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민주당 지도부는 "다수의 여론이 있지만 그게 올바른지는 정책당국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당정협의 대신 물밑 접촉을 활발히 하는 것도 공매도 거래 재개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공매도 거래 재개에 민주당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비쳐지면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사서 재·보궐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은 공매도 관련 당론을 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공매도에 대한 이해 수준이 다 달라서 복잡한 면이 있다. 당론을 정하려면 의원들이 모여서 몇시간씩 토론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정무위원인 박용진 의원을 비롯해 양향자·전용기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공매도 재개에 반대한 만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매도는) 좋지 않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점이 어떤 영향을 줄 지도 주목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서울·부산 시장 등을 뽑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무시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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