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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송영애의 영화이야기] 30년 전 ‘늑대와 춤을’이 화제였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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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늑대와 춤을’(감독 케빈 코스트너, 1990)의 한 장면.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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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재개봉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영화가 있다. 바로 ‘늑대와 춤을’(감독 케빈 코스트너, 1990)이다. 국내에 처음 개봉된 게 1991년 3월이었으니 30년 만이다.

오늘은 30년 전 ‘늑대와 춤을’이 화제였던 이유 몇 가지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당시에 꽤 주목을 받았었다.

- 스타 배우가 연출한 아카데미 수상작

먼저 스타 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제작, 감독, 주연한 영화라는 점은 분명 호기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199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음향상, 편집상, 음악상을 받았으니, 더더욱 화제가 됐다. (이 영화의 영화음악은 요즘도 예능에서 들려온다.)

‘1992년도 한국영화연감’ 통계를 보니, 1991년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중 서울 관객 기준 흥행 2위를 기록했다. (당시 1위는 ‘사랑과 영혼’이었고, 3위는 ‘터미네이터 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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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섦이 신비로움으로

또한 ‘늑대와 춤을’은 ‘인디언 시각’, ‘인도주의’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녔다. 분명 이전 미국영화와는 달랐다. 사실 이 영화 속 배경은 한국 관객에게 낯설다. 거대한 자연 풍경, 사람과 동물, 백인과 인디언들이 함께 하다 보니 신비로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는 남북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1863년 미국 테네시주 어딘가에서 시작된다. 북군 중위 존 던바는 부상으로 삶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이르지만, 의도치 않게 전쟁 영웅이 되고, 다음 부임지로 서부 국경지대 세즈윅 요새를 선택한다. “사라지기 전에(before it’s gone)”에 그곳을 보고 싶다는 이유였다.

당시 서부 국경지대는 원주민인 인디언과 대치하는 곳을 의미했다. 던바가 세즈윅에 도착했을 땐, 요새는 비어있었다. 척박함과 외로움에 대원들이 모두 탈영했지만, 그조차도 알아채기 어려운 최전방이었다.

그때부터 던바는 유일한 친구인 말 ‘시스코’와 요새를 지킨다. 요새라고 하지만 허허벌판에 가깝다. 언젠가부터 늑대 한 마리도 주변을 맴도는데, 딱 그렇게 셋이 자연 속에 어우러진다. 그러다 수우 족을 만나게 된다. 전쟁 중인 적들이 만났으니 죽고 죽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당연하겠으나, 던바와 수우 족은 서로 공존하기 시작한다.

- 인디언에게 동화되는 백인

1991년 국내 개봉 당시에도 ‘인디언 시선에서의 영화’라는 식의 평가가 많았다. 대개 할리우드 서부영화에서 인디언은 주인공의 적이다. 잔혹한 적이지만 결국 백인 주인공들에게 제압당하는 그런 적으로 묘사됐다. ‘늑대와 춤을’은 서부를 배경으로 한 오랜만의 서부영화였지만 분명 옛 서부영화와는 달랐다. 수우 족 사람들과 던바의 관계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낯선 관계였다.

원작 소설의 제목이자 영화의 제목인 ‘늑대와 춤을’은 수우 족이 던바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인디언 이름까지 갖게 된 던바는 서서히 그들에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말도 배우고, 물소 사냥도 함께 한다. 그리고 ‘늑대와 춤을’은 ‘주먹 쥐고 일어서’와 사랑에도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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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 편?

그러다 전쟁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원래 정복자 혹은 침략자 미국인과 원주민 인디언들이 대치하던 지역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던바는 고민에 빠진다. 나는 누구 편인가? 원래대로 미국 군인으로서 원주민과 싸워야 할까? 던바는 그새 ‘주먹 쥐고 일어서’와 결혼도 했다. 과연 ‘늑대와 춤을’은 어떤 선택을 할까?

관객들도 낯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미국영화를 보다가 인디언 편을 들어야 할 것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된 것이다. 결국 인디언들이 패배할 거라는 걸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2021년 1월 현재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과연 30년 전에 느꼈던 새로움과 안타까움이 느껴질지 궁금하다. 그 사이 세상도 좀 변했고, 각종 차별에도 예민해졌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개봉 30주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돌아온 ‘늑대와 춤을’이 보고 싶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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