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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갈 곳 없는 정인이 구하려면… "통합 컨트롤타워를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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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편집자주] 16개월 여아가 부모에게 학대 당하다 숨을 거뒀다. 학대 정황에 조금만 더 민감했어도, 분리만 됐어도 아이는 살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삶이 행복했을까. 학대 사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은 그렇다고 확답하지 못한다. 피해 아동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다각적으로 점검해본다.

[MT리포트-학대아동을 위한 곳은 없다]⑤

16개월 여아 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아동학대 신고 시 즉시 수사 착수 등을 골자로 한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지만 해결 과제는 아직 산적해있다.

현장 인력·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의 기계적 분리 등은 완전한 해답이 될 수 없다. 꾸준한 가해자 교육과 면밀한 사후 모니터링 등의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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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무혐의라도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아동재학대를 막으려면 가해자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강제 분리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지 않을뿐더러 분리가 되더라도 아이가 원가정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아동학대 3만45건 중 원가정 보호를 유지하는 경우는 2만5206건(83.6%)이다. 분리 조치가 내려졌다가 다시 원가정으로 돌아온 건도 844건(2.8%)이나 된다.

현재는 분리기간 동안 학대 혐의가 있는 양육자는 교육을 받는다. 학대행위 지속 여부 등 경우에 따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사후관리를 맡고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육 환경이 좋지 않아 방임으로 이어진 학대 사례의 경우에는 국가 지원이나 교육을 통한 개선 여지가 있다"며 "현재 처벌만 강조되고 있는데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교육과 교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교육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더 부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대 사건이 발생한 뒤 법원의 수강명령 판결이 나지 않으면 가해 부모를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아보전 관계자는 "가정의 문을 열어야 학대 정황을 파악하고 학대 부모에 대한 교육을 시킬 수 있다"며 "가정에서 '당신이 뭔데'라고 나오면 지금도 집에 교육을 시도할 수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분리된 피해 아동의 원가정 복귀 결정도 좀더 세심한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 분리 아동은 일정 기간 이후 아보전이 가해자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원가정 복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아동의 의사에 따라 다시 가해 부모에게 돌아간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학대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이들이 정말 돌아가길 원하는지 면밀히 분석해 결론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대가 무혐의로 밝혀지더라도 해당 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16개월 여아 사망사건에서 보듯 가해자가 거짓으로 둘러대거나 증거가 없어 혐의를 밝히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정 교수는 "무혐의로 판단됐다고 해도 신고가 들어갔다는 건 분명 학대 징조가 있었던 것"이라며 "아보전 등 현장에서 1년 정도 신고 사례를 관리하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아무런 모니터링같은 사후 관리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해당 가정에 지원이 필요할 경우 관계기관에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학대 혐의가 없으면 사후관리 등 따로 개입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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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 컨트롤타워' 필요…"관계기관 소통해 판단"

아동학대 사각지대가 계속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경찰, 아보전, 지자체 소속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등 담당자들 간의 소통 분절과 권한 중첩 문제도 꼽힌다. 학대 아동을 발견하면 대처와 사후 관리까지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통합형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아동보호체계 강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 내 아동보호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가 조사부터 사후관리까지 학대 신고 이후의 과정을 주도한다. 복지사는 보호서비스를 주관하는 지역당국에 아동이 신고되면 24시간 이내에 조치방향을 결정한다.

아동의 상태와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심층 진단을 통해 필요할 경우 아동보호협의회를 열고 전담보호조직을 구성한다. 전담보호조직은 보호절차를 진행한 뒤 3개월 이후 해당 사례의 위기 정도를 판정하고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으면 다시 3개월 이후 재검토한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이번 16개월 여아 학대 사건 역시 아이를 구할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관계 기관이 해야 할 업무를 정확히 해내지 못한 것"이라며 "사건구성요건을 주로 따지는 경찰이 아동학대에 대한 배경지식은 미흡할 수 있기 때문에 아보전 등 전문가와의 소통이 필요했는데 놓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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