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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열병식 수위 조절한 北 의도 제대로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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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북한 군인들이 14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평양=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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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열흘에 걸친 제8차 노동당 대회 마지막 행사로 14일 야간 열병식을 진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열병식에서는 지난해 공개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보다 동체가 굵어지고 탄두부도 길어진 신형을 선보였다. 사거리 600㎞ 미만으로 대남용인 단거리 전술미사일 이스칸데르 개량형도 새로 등장했다. 이 역시 전체적으로 외형이 커져 전술핵 탑재를 위해 성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당대회의 일환으로 열병식을 연 적이 없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보다 규모는 축소됐지만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비슷한 행사를 연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핵잠수함, 다탄두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개발과 ICBM 사거리 연장 등 핵전력 고도화를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이 협력적으로 나오면 대화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런 무기로 공격할 능력을 높여 가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무기 공개는 당장은 과시용이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을 경우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계획을 미리 보여준 것이다. 1만5,000㎞로 사거리를 늘려 미국 전역을 겨냥하는 ICBM을 만든다거나 전술핵 탑재 다탄두 미사일을 완성할 경우 동북아는 물론, 세계 전체에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지금과 또 다른 차원이 될 수 있다. 전략무기 개발이 경제난에서 벗어날 길이 아니라는 것은 제재로 경제 개발에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북한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1년 넘게 단절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길밖에 없다. 미국의 바이든 새 정부는 지금까지 북미 정상 간 합의 정신을 토대로 현실성 있는 핵시설 폐기와 경제 지원을 축으로 한 대화를 지체해선 안 된다. 남북 역시 판문점선언이나 평양공동선언 약속에 기초한 협력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더 늦지 않게 남북미 모두 대화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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