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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데스크 칼럼] ‘뭐는 되고, 뭐는 안되는’ 방역 불평등이 부른 경기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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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불평등한 시절이다.

술은 되고, 커피는 안되고 태권도는 되고, 헬스는 안되고 골프는 5인이 되고, 식당은 5인이 안되고 되고 안되고, 되고 안되고...

1년간 계속되는 정부의 ‘뭐는 되고, 뭐는 안되고’식의 코로나 방역 수칙은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설득이 안되니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결국, 온갖 단체들이 방역 불복 공동대응에 나섰다. 헬스장업주, 카페업주, PC방업주, 노래방업주 등은 정부의 방역지침을 정면으로 거스를 태세다.

‘2주일만 더’라는 정부의 희망고문에 해당 업주 상당수는 지난해 내내 버티고 버티다, 1년 치 임대료만 빚으로 돌아왔다.

역사상 처음으로 종합주가지수 3000,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10억원을 돌파했다. 자산은 급등했는데, 정작 주변에는 코로나 사태 1년간 빚만 늘었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경기 불황이 아니라 경기 불평등이란 진단이 맞는다.

정부는 경기 불평등을 편가르기로 해결하려는 듯하다. 이전부터 정부는 친일과 반일, 개혁과 반개혁, 임대인과 임차인, 의사와 간호사로 편가르기 하던 것을 이번에는 코로나 수혜업종과 피해업종으로 나눌 심산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편가르기는 집권과 권력 유지를 위한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편을 가른 뒤 다수의 편에 서서 소수를 공격하는 것은 늘 효율적인 승리를 집권 세력에게 안겨줬다.

코로나 사태에도 돈 버는 곳은 있다. 배달 플랫폼 사업자들이나, 인터넷포털, 쇼핑몰, 골프장 등은 올해 사상 최대의 호황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들 업체로부터 초과 이익을 빼앗아 장사가 안되는 곳에 나눠주자는 이익공유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피해가 큰 쪽에 돕는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할 만하다"고 했다.

예컨데 우리가 아는 이익공유제는 영화가 흥행할 경우 제작사와 투자사, 배우, 스태프 등 모든 참여자가 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참여 여부가 이익을 나누는 전제 요건이다. 그런데 여당과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이익공유제는 장마때 돈을 번 우산 가게에서 이익을 빼앗아 홍수 피해를 본 가게와 돈을 나누겠다는 반(反)시장적 방식이다.

재계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지자, 정부와 여당은 국민적 공감대와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이익공유제를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온갖 인센티브를 남발해도 자발적으로 기부한 시민은 전체의 0.2%에 불과했다. 시민의 기부 참여율도 이처럼 저조한데, 돈을 쫓는 것이 본능인 기업의 이익공유제 참여율은 이보다 더 낮을 것이 자명하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이익공유제 참여율이 저조하면 코로나 수혜기업을 압박해 피해업종 지원 재원을 확보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의 ‘뭐는 되고 뭐는 안되는’ 방역이 지속되는 한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민들과 집합금지 업주들의 요구는 공정한 방역 대책이지, 국민을 편가르기 해 잘되는 업종에서 돈을 빼앗아 나눠 달라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방역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경기 불평등 해소의 시작이다.

국내에서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 곧 1년이 된다. 인내심이 한계에 온 시민들에게 앵무새처럼 ‘2주일만 더’를 외치며 자발적 방역과 일상의 포기를 계속해 요구하는 것도 이제는 염치없는 일이다. “공부는 너희가 하는 거야. 선생님은 월급 받으러 나오는 거고” 식의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동은 사상 초유의 국가 재난상황을 컨트롤 할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김참 사회부장(pumpkin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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