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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법무부 직원 “출국 사전감시, 김학의가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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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명운 걸라” 지시 다음날 출입국 현황 무단 모니터링 시작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및 은폐’ 의혹과 관련,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김 전 차관을 찍어서 대(對)테러 관련 인물 등을 상대로 시행하는 출입국 현황 모니터링을 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윗선 지시 없이 일선 공무원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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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와 공익제보서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 10여명은 2019년 3월 19일부터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 3월 22일 밤까지 김 전 차관 출입국 정보를 총 177회 조회했다. 3월 1일~18일까지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해 “경찰·검찰은 명운을 걸라”고 지시한 다음 날인 19일부터 조회가 시작됐다.

출입국심사과 직원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무단 조회 사실을 인정하면서 “공항 승객 모니터링은 대테러 관련 인물이나 출입국 규제자 등 특정 인물을 확인하는 업무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출국 규제 요청이 없는 경우, 대기업 총수 등 주요 인물이 모니터링된다는 말을 듣거나 목격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김학의를 제외하고 출입국 규제 없이 모니터링 대상이 된 사람이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예”라고 답했다.

출입국 규제자 모니터링은 출입국본부 정보분석과 상황실이 담당하게 돼 있다. 이번 경우 출입국심사과뿐만 아니라 정보분석과 직원도 가담했다. 김 전 차관 출금 이후 출입국심사과 B 서기관이 작성한 사후 대응 문건에 따르면, 2019년 3월 22일 오후 10시 52분쯤 인천공항 정보분석과가 김 전 차관의 출국장 진입을 인지했고 그 ‘불법' 정보가 출입국본부를 거쳐 대검 진상조사단에 전달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인을 상대로 이런 식의 전방위 감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사건 제보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민간인 사찰”이라고 했다.

법무부가 당시 감찰을 통해 출금 과정의 불법성을 확인하고도 윗선으로 번질까 봐 사안을 덮었다는 의혹도 점점 커지고 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2019년 4월 5일 공익법무관 2명에 대해서만 수사 의뢰를 하고 사실상 불법 조회를 시인했던 법무부 공무원들에 대해선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당시 감찰담당관은 지난해 법무부 검사징계위에 윤석열 총장 징계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진술서를 낸 현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이었다.

秋의 검찰개혁위도 “出禁은 피의자로 한정”

‘검찰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발족된 법무부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해 “범죄 수사가 개시돼 출국이 적당하지 않은 피의자로 출국금지 대상을 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던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장관 체제의 개혁위조차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례처럼 수사 기관에 입건되지 않고 피의자 신분도 아닌 민간인을 출국금지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는 작년 6월 8일 ‘출국금지 제도 개선’ 권고안을 발표하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할 수 있는 출국금지 제도 개선을 권고한다”며 “범죄 수사를 위한 출국금지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그 대상을 ‘범죄 수사가 개시’되어 출국이 적당하지 않은 피의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3일 출국금지됐다. 당시는 수사 개시 전이었다. 검찰 ‘김학의 수사단’은 그해 4월 1일 꾸려졌다.

민변 사법위원장 출신 김 위원장은 2019년 9월 조국 법무장관이 임명했다. 개혁위에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으로 ‘김학의 사건’ 주심위원을 맡았던 김용민 변호사(현 민주당 의원)도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2019년 3월 법무부 과거사 위원으로 있으면서 김 전 차관에 대한 선제적 출국금지를 주장했는데, 1년 뒤에는 김 전 차관 출국금지가 위법했다는 개혁위 권고안 발표에 동참한 것이다.

개혁위는 “출입국관리법 4조 2항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1개월 이내 출국을 금지하고 있다”며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수사 개시 전 내사 단계에서는 물론 참고인까지 ‘범죄 수사를 위해’ 광범위한 출국금지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개혁위는 “출국금지 대상을 피의자로 한정하고 다만 피의자 이외 사람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구체적으로 필요성을 소명한 경우에 한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는 과거 무혐의 처리된 사건번호와 가짜 내사번호를 기재한 허위 공문서로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하면서, 출금 필요성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유는 보안상 적시하지 않는다”고 요청서에 썼다.

당시 법무부도 불법성을 인지했다.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서기관은 2019년 3월 25일 내부 보고서에서 “긴급 출국금지 대상은 범죄 피의자라고 규정한 법문 취지를 고려할 때 향후 법리 논쟁이 예상됨”이라고 썼다. 박상기 당시 법무장관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열흘 전인 2019년 3월 13일 업무보고에서 “출국금지 심사를 강화하는 등 인권을 보호하는 정책에 매진하겠다”고 했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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