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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감사원 `에너지 전환정책 감사` 여권이 공격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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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필두로 여권이 일제히 감사원 때리기에 나섰다. 감사원이 지난 11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실시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 감사'가 불순한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는 것이다. 대통령 공약인 탈원전 정책의 옳고 그름을 감사원이 따지는 건 감사원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탈이라고도 했다. 임 전 실장은 심지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에너지 정책에 대한 무지와 감사원 권한을 무기로 삼아 정치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감사원의 권력 남용"이라고 동조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설명대로라면 여권의 공격이 더 심각한 일탈이다. 우선 감사원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가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탈원전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감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신 감사원은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절차에 대한 감사라고 했다. 국무회의 의결 사항인 에너지기본계획을 고치지 않은 채 하위 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고쳐 탈원전을 추진한 절차가 적법한지를 따지는 감사라는 뜻이다. 이는 응당 감사원의 직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헌법 97조는 행정기관 및 공무원에 대한 직무 감찰을 감사원의 소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산업부와 그 공무원들이 법 절차를 지켜 직무를 수행했는지 살펴보는 건 감사원의 당연한 업무다. 자기 일을 하는 감사원을 향해 '정치 감사'라는 여권의 주장이야말로 그릇된 공세다.

오히려 여권은 이번 감사를 계기로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게 옳다. 독일·스위스·대만·이탈리아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적어도 입법 절차는 거쳤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국민투표까지 했다. 대통령 공약이었다는 이유로 집권 몇 개월 만에 탈원전을 확정한 한국과 대조된다. 정부가 유럽처럼 차근차근 국민적 합의를 이뤄가면서 탈원전을 추진했다면 애꿎은 공무원들이 무리하다가 법 절차를 위반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국민적 합의 없이 황급하게 탈원전을 추진한 데 대해 여권은 반성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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