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감사원의 설명대로라면 여권의 공격이 더 심각한 일탈이다. 우선 감사원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가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탈원전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감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신 감사원은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절차에 대한 감사라고 했다. 국무회의 의결 사항인 에너지기본계획을 고치지 않은 채 하위 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고쳐 탈원전을 추진한 절차가 적법한지를 따지는 감사라는 뜻이다. 이는 응당 감사원의 직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헌법 97조는 행정기관 및 공무원에 대한 직무 감찰을 감사원의 소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산업부와 그 공무원들이 법 절차를 지켜 직무를 수행했는지 살펴보는 건 감사원의 당연한 업무다. 자기 일을 하는 감사원을 향해 '정치 감사'라는 여권의 주장이야말로 그릇된 공세다.
오히려 여권은 이번 감사를 계기로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게 옳다. 독일·스위스·대만·이탈리아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적어도 입법 절차는 거쳤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국민투표까지 했다. 대통령 공약이었다는 이유로 집권 몇 개월 만에 탈원전을 확정한 한국과 대조된다. 정부가 유럽처럼 차근차근 국민적 합의를 이뤄가면서 탈원전을 추진했다면 애꿎은 공무원들이 무리하다가 법 절차를 위반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국민적 합의 없이 황급하게 탈원전을 추진한 데 대해 여권은 반성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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