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학문은 무엇일까? 여러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천문학도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인류는 먼 옛날부터 하늘을 관측해 왔다. 경주 첨성대는 7세기 세워졌다. 키 큰 나무의 방해 없이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신라인들은 약 10m 높이의 돌 건축물을 만들어 별을 관찰했다. 또 40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선 새벽 하늘에 시리우스가 보이면 농사를 준비했다.
인류는 별을 보며 절기를 파악하고 길흉화복을 점치고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별에서 많은 신화가 탄생했고, 예술과 학문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동방박사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동방박사들은 나침반도, GPS도 없이 별에 의지해 아기 예수가 태어난 마굿간을 찾았다. 독일어권 과학 블로그(Astrodicticum Simplex) 운영자인 천문학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신작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는 현 인류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하는 별 100개를 엄선해 우주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엄밀히 말하면 실존하는 별뿐 아니라 행성, 은하, 옛 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별 등도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메시아의 탄생을 알렸다는 '베들레헴의 별'에 관한 다양한 가설을 소개하는 식이다. 동방박사들을 아기예수가 태어난 마굿간까지 인도한 뒤 사라졌다는 성서의 구절을 놓고 베들레헴의 별이 핵융합을 할 수 있는 내부 연료가 다 바닥난 뒤 폭발하며 생애를 마친 초신성이었거나 목성과 토성이 일직선상에 놓이면서 발생한 일종의 착시현상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론 마태복음 저자인 마태의 창작이었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관련 장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초신성, 합(별들이 일직선 상에 놓이는 현상)과 같은 우주의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학자의 책에서 발견하는 견우성과 직녀성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견우성은 지구에서 16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밝기가 우리 태양의 11배 정도나 돼, 밤하늘에 볼 수 있는 별 중 열두 번째로 밝은 별이다. 눈에 띄는 별이다 보니 천문학이 발달했던 옛 아랍권에서도 이 별을 발견하고 '알타이르'라는 이름을 붙였다. 거문고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베가가 직녀성이고, 까마귀들이 만든 오작교는 이 두 별 사이에 존재하는 은하수를 거대한 성간 구름이 검게 덮고 있는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딱딱한 천문학이 낭만적인 신화로 매끄럽게 읽힌다.
이 책에는 오랜 시간 인류가 하늘을 관측하며 써 내려온 우주와 인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비주의 점성술에서 시작한 천문학이 외계 행성을 탐사하고 있는 오늘날 수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읽다 보면 138억년 우주의 역사가 어느새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될 것이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