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 향해 “단세포적 논쟁 그만”
이 대표의 이익공유제에도 선그어
당내 제3후보 존재감 각인 시도
총리 측 “방역 성과가 변곡점 될 것”
정세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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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시동을 걸 때가 되지 않았나요?”
정치권에서 부쩍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정세균 총리에 대한 물음에 총리실 관계자가 14일 한 대답이다. 4·7 재·보선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총리직 사임 시점, 9월 여당 차기 대선후보 경선 등을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다. 대선 시간표가 다가오면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산업자원부 장관→열린우리당 의장→민주당 대표→제20대 국회의장. 정치인으로서 대통령 빼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정 총리의 이미지는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처럼 온건하고 합리적 성향이란 거였다. 그랬던 정 총리의 ‘변신’으로 해석되는 장면은 최근 한둘이 아니다. 지난 8일 국회에 나온 그는 코로나19 백신 수급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우왕좌왕한다고 국민들이 그런다”는 야당 의원 질의에 “어떤 국민이 그러느냐”면서 ‘버럭’ 했다. “대통령이 백신 수급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에는 “국가원수에게 그러는 것 아니다”고 ‘호통’쳤다. 날 선 반응을 보이다가도 자영업자의 고통을 얘기하면서는 눈물을 훔치는 ‘감성’ 면모를 드러냈다.
잠재적 차기 경쟁 상대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 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론을 펴는 이 지사를 향해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총리실 한 인사는 “원래는 ‘1차원적 논쟁은 지양하자’로 쓰려 했다가 좀 더 강한 톤으로 나가자고 해 수위를 높였다”고 배경 설명을 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이 대표가 양극화 해소책으로 주창한 이익공유제를 놓고도 “저는 그 용어를 안 쓴다.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흥미로운 건 정 총리의 메시지가 강경해지고 선명성 부각을 꾀하는 시점이다. ‘이낙연·이재명 양강 체제’가 깨지고 이 지사가 치고 나가며 출렁이는 타이밍이란 점에서다. 이 대표 측은 같은 호남 출신으로 지역 기반과 지지 기반이 겹치는 정 총리 행보를 경계해 왔다. “정 총리 지지율은 지금 숫자에 ‘곱하기 2’는 하고 봐야 한다”(이낙연계 의원)고 했을 정도다.
이 지사도 친문(친문재인)의 반감이 해소되지 않는 건 큰 부담인 상황이다. 최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서 불붙은 ‘이 지사 퇴출’ 찬반투표에서 다수 친문 당원의 ‘이재명 비토’가 재확인됐다.
이런 흐름에서 정 총리의 면모 일신은 민주당 내 제3의 후보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정 총리는 지난해 1월 14일 취임하면서 ‘경제 총리’ ‘통합 총리’가 되겠다고 했지만 취임 초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방역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좀처럼 뜨지 않는 지지율은 여전히 최대 난제다. 지난 13일 발표된 한길리서치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정 총리는 3.4%에 그쳤다. 정 총리 측근은 답답해하면서도 ‘모죽(毛竹)론’을 펴며 도약의 모멘텀이 올 거라고 주장했다. 대나무 중 상품으로 치는 ‘모죽’은 씨를 뿌린 뒤 5년간 아무리 물을 줘도 싹이 나지 않지만 어느 시점에 죽순이 돋기 시작했다가 갑자기 쑥쑥 자란다면서다. 이 인사는 “백신 접종 본격화 등 K방역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으면 판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취임 1년을 맞은 14일 페이스북에 “담대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과 함께 포용과 혁신, 공정과 정의, 평화와 번영의 길을 가겠다”고 썼다.
김형구 정치에디터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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