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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급증하는 ‘알바 인생’…36시간 미만 취업자 수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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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승무원인 유모씨(33)는 지난해부터 넉 달 쉬고 두 달 일하길 반복하고 있다. 다른 직원들과 번갈아가며 근무하고 있어서다. 유씨는 “2개월 일한다곤 하지만 실제 근무 기간은 한 달 반도 안 된다”며 “쉴 때도 정부 보조금이 있어 월급이 나오긴 하지만 이전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항공 자회사 지상직 직원인 임모(31)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강제 휴직 상태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마땅치 않고 복직 가능성도 불투명해 아예 일을 그만두고 남편이 있는 해외로 갈까 고민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안 그래도 위태롭던 한국 고용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만 문제가 아니다. 짧게 일하고 적은 돈을 받는 ‘알바 인생’이 급격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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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일자리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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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취업자 수는 595만6000명을 기록했다.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1년 사이 55만4000명(10.3%) 급증했다.

이 가운데 하루 평균 근무 시간(주 5일 기준)이 서너 시간도 안 되는 주당 1~17시간 취업자는 190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8만1000명(4.4%) 늘었다. 주당 18~35시간 일하는 사람은 47만3000명(13.2%) 증가한 405만5000명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주당 취업 시간이 36시간 이상인 근로자 수는 2011만2000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20만3000명(5.6%)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절정이었던 1998년(-165만명)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주당 36시간은 보통 전일제와 시간제 근무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하루 평균 7~8시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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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시간대별 취업자 증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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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급감했고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이 줄고 그 자리는 단기 일자리가 채웠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는 전체 근로시간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취업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9.0시간이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3년 이래 처음 40시간 아래로 내려왔다. 한국인의 장시간 근로가 문제인 상황이지만 사실 반길 일은 아니다. ‘건강하지 못한’ 근로시간 단축이기 때문이다. 단기 근로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덕분이다.

이런 흐름은 문재인 정부 들어 심해졌다. 고용 위기와 맞물려 정부가 직접 공급하는 임시 일자리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져서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146만8000명 늘었다. 이전 4년(83만6000명)의 1.7배가 넘는다. 문제는 정부가 공급한 일자리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에 단기 임시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 소득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정규직→임시직→단기 근로→실직’의 경로를 밟을 대기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경고도 된다.

가장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젊은층이다. 신규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바로 아르바이트, 임시 일자리로 직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기 일자리마저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강화로 크게 줄었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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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평균 취업 시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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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0%로 전체 평균 실업률(4.0%)의 배가 넘었다. 공식 실업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사실상 실업자까지 더한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26.0%에 이른다. 1년 전에 비해 5.2%포인트 급등했다. 4명 중 한 명꼴로 사실상 실업 상태란 뜻이다.

청년층의 취업 절벽이 심화하면서 이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층의 취업 빙하기가 장기화하면 취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지식·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게 되면서 평생에 걸쳐 삶이 어려워지고, 국가에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36시간 미만 근로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건 고용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며, 지금 추세라면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100만 공공 일자리를 직접 공급하겠다며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는 단기 고용 정책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수요를 발굴해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쪽으로 고용 정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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