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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박스오피스 깜짝 2위…코로나로 달라진 ‘재개봉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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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은 여성관객 많은 극장

‘1917’은 영화광 많이 몰리는 관에서

‘지푸라기…’ 등 한국영화 지방에서

공포물·성인물보단 범용 영화 주력

‘늑대와…’ ‘키드’ 등 고전영화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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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리마스터링> 포스터. 엔케이컨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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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삶이 버거워진 탓에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화양연화)이 간절해져서일까? 왕가위(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 리마스터링>이 신작이 사라진 극장가에서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전날 3174명의 관객을 모아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원더우먼 1984>에 이어 <화양연화 리마스터링>이 하루 관객 1434명으로 2위에 올랐다. <화양연화 리마스터링>은 2000년 개봉작 <화양연화>를 4케이(K) 화질로 복원해 다시 상영하는 것으로, 재개봉작이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오른 건 좀처럼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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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리마스터링> 스틸컷. 엔케이컨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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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리마스터링>은 지난해 12월24일 개봉 이후 지난 12일까지 20일간 6만6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씨지브이(CGV)가 분석한 관객 연령대별 점유율을 보면 30대(35%), 20대(27%), 40대(21%), 50대 이상(17%) 순이다. 한 영화수입배급사 대표는 “<화양연화>의 명성만 듣거나 오티티(OTT)로 관람한 젊은층과 과거에 영화를 봤던 중장년층 모두 극장을 찾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마케팅 담당자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걸작이라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수입사는 같은 감독의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개봉(2월4일)을 확정한 데 이어, <중경삼림 리마스터링>도 개봉할 계획이다.

일일 박스오피스 상위권에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도 10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12월31일 재개봉 이후 제한된 상영 회차에도 높은 좌석판매율을 기록하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개봉작이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씨지브이는 최근 재개봉 전용관인 ‘별★관’을 오픈했다. <라라랜드>도 별★관에서 <비긴 어게인>과 함께 음악영화 테마로 재개봉한 것이다. 김홍민 씨지브이 편성전략팀장은 “스마트폰이나 티브이보다 극장에서 볼 때 사운드의 강점이 극대화하는 음악영화는 재개봉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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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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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재개봉작 선정에서 고려하는 점은 뭘까? 김홍민 팀장은 “오랫동안 관객에게 사랑받고, 극장에서의 관람이 특히 가치 있는 영화들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 관객 평점, 씨지브이 골든에그 지수 등 객관적 점수도 고려하지만, 이것만이 다는 아니다. 에스엔에스(SNS), 영화 게시판, 블로그 등에서 얼마나 회자하는지도 조사해 교집합이 되는 영화를 고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영화관이 밤 9시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도 재개봉작 선정에 영향을 끼친다. 심야에 특화된 공포물이나 성인물보다는 범용적인 영화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영화마다 선호하는 관객층에 따라 극장별로 다르게 편성하기도 한다. 예컨대 <작은 아씨들>은 여성 관객 비중이 높은 씨지브이 왕십리·여의도·송파·오리 등에서 주로 상영하고, <1917>은 평소 영화를 많이 보는 관객 비중이 높은 씨지브이 용산·영등포·서면(부산) 등에서 주로 상영하는 식이다. 또 <정직한 후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한국 영화는 지방 상영관 위주로 편성한다는 게 김홍민 팀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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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춤을: 디 오리지널> 포스터. 영화특별시에스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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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 처음 개봉한 지 30년 넘은 영화도 재개봉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1991년 개봉했던 케빈 코스트너 연출·주연 영화 <늑대와 춤을>이 대표적이다. 당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음악상 등 7관왕에 오른 이 영화가 국내에서 재개봉하는 건 처음이다. 영화를 배급하는 영화특별시에스엠씨(SMC)의 윤정한 대표는 “일부러 개봉 30주년 되는 올해를 재개봉 시기로 잡았다. 다른 재개봉작의 경우 영화를 자주 보는 분들이 또 보는 것인데 반해, <늑대와 춤을>은 평소 극장에 잘 안 오던 중·노년층이 오랜만에 추억의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도록 만들고 싶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4일 개봉에 앞서 지난 9일 연 특별상영회에는 50~60대 부부 관객도 꽤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라서 모시고 갔다”는 아들의 인터넷 댓글도 봤다고 윤 대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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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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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연출·주연 영화 <키드>도 오는 21일 재개봉한다. 1989년 국내 개봉한 지 32년 만이다. 찰리 채플린의 첫 장편영화인 <키드>는 올해로 세상에 처음 공개된 지 100주년을 맞았다. 영화를 배급하는 엣나인필름의 양예주 주임은 “최초 개봉 100주년이라는 의미도 있고, 위대한 희극인 찰리 채플린이 전하는 사랑과 위로, 행복이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재개봉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번 달아오른 재개봉 문화는 코로나19가 사그라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홍민 씨지브이 팀장은 “코로나 이후에도 재개봉작을 보는 문화는 계속될 것 같다. 앞으로 월정액을 내고 별★관 재개봉 영화를 매달 몇 편까지 볼 수 있는 구독형 모델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도 13일부터 시작하는 ‘메모리 어바웃 시네마’라는 기획전을 통해 재개봉작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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