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베트남과 아무 갈등 없다, 감봉·경질 다 가짜 뉴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말 귀국 자가격리, 화상 인터뷰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 도전

동남아게임·스즈키컵 우승 등

올해 네 마리 토끼 잡아 보겠다

중앙일보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1월 인터뷰에서 한옥 대문을 활짝 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는 저와 우리 국민 모두 다시 바빠지면 좋겠습니다.”

영상 통화 화면 속 얼굴과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하면서도 밝았다. 지난 연말 조용히 귀국해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인 박항서(62)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6일 비대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외출을 할 수 없어 답답하지만, 오랜만에 집에 오니 마음은 편하다”며 웃었다.

박 감독에게도 2020년은 ‘지워진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축구 국가대항전(A매치)이 열리지 못했다. 태풍 이재민을 돕기 위해 열린 베트남 대표팀과 22세 이하(U-22)팀 간 자선 경기가 지난해 박 감독의 유일한 공식경기 일정이었다. 박 감독은 “두 팀 다 내가 맡고 있다. 한쪽을 선택하기도 곤란해, 정작 경기는 관중석에서 봤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영진 코치, U-22 팀은 김한윤 코치에게 맡겼다.

중앙일보

지난해 8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2급 노동훈장을 수훈한 박항서 감독.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두문불출하는 사이 국내에 괴소문이 돌았다. 일부 유튜버가 ‘박 감독이 코로나19에 따른 베트남 정부의 연봉 삭감 요구를 거절해 경질 위기에 처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 게 발단이었다. 이를 일부 베트남 언론이 인용 보도했다. 그 내용이 다시 한국에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뉴스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박 감독은 “나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지인들이 알려줘서 내용은 알고 있었다. 베트남축구협회와 아무런 갈등도 없다. 베트남에 간 뒤로 연봉의 일정 부분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베트남협회 관계자도 이를 잘 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달 사회공헌 프로젝트 ‘파파 박 세이브 칠드런(Papa Park Saves Children)’을 론칭했다.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앙일보

박항서 감독 화상 인터뷰. 송지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초 가짜뉴스를 무시하고 끝내려던 박 감독은 생각을 바꿨다. 지난달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해당 영상물 게시자에 대해 정정과 삭제를 요청했다. 박 감독은 “심지어 내가 베트남에서 빈손으로 쫓겨났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악의적인 거짓 정보가 개인 수준 일로 끝나면 괜찮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현지 교민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제라도 오해가 풀렸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올해 활발한 활동으로 뜬소문이 다시 떠도는 걸 막겠다는 각오다. 때마침 굵직굵직한 대회가 줄줄이 다가온다. 박 감독이 베트남 진출 초기에 우승컵을 안았던 스즈키컵과동남아시안게임(SEA게임)이 연말에 열린다.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진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박 감독은 “베트남 현지에서는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SEA게임 우승, 스즈키컵 우승 차례로 우선순위를 매기는 분위기다. 10월에는 23세 이하(U-23) 아시아 챔피언십 예선도 있다. 한층 높아진 베트남 팬들 기대치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지만, 자원과 시간을 잘 배분해 한꺼번에 네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앙일보

SEA게임 남자 축구 우승을 확정한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축구가 ‘동남아 최강’의 지위를 지키려면 경쟁자의 거센 도전을 뿌리쳐야 한다. 최대 라이벌 태국이 호시탐탐 정상 탈환 기회를 엿본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인도네시아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박 감독은 “인도네시아는 자국 선수와 귀화 선수 간 갈등이 심하다고 들었다. 신 감독이 잘 봉합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이 먹히는 것 같다. 올해 인도네시아가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근 프로축구 K리그를 ‘접수’한 2002 한·일 월드컵 멤버 얘기를 마지막으로 꺼냈다. 올해 K리그는 ‘2002 영웅들’의 격전지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김남일 성남FC 감독, 설기현 경남FC 감독,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등이 그 주인공이다. 박 감독은 “2002년에 원팀이었지만, 저마다 개성은 뚜렷했다.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자신의 색깔을 낼 거로 기대한다. 늘 감동을 주는 (유)상철이, 방송꾼 다 된 (안)정환이도 보기 좋다. 쉬고 있는 (황)선홍이와 (최)용수도 하루빨리 자리 잡기를 바란다. 각자의 방식으로 축구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