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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 “회복 불가능한 기후, 시행착오는 무의미···경제 판을 통째로 바꿔야 산다” [우리, 탄소중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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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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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악의 폭염, 2019년 가장 따뜻한 겨울, 2020년 최장기간 장마 등 기상이변은 해마다 기록을 경신 중이다. 2019년 중국에서 최초 보고된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한 2018년 8월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의 온도가 39도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2월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으로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역대 최장 장마였던 2020년 8월11일 서울 잠수교가 물에 잠겨있다.(위 사진부터) 김기남·김창길·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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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의 파고가 높아지던 지난달 정부에선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에 이은 것이다. 2018년 최악의 폭염, 2019년 가장 따뜻한 겨울, 2020년 최장기간 장마 등 기상이변은 해마다 기록을 경신 중이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라는 파국을 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해가 바뀌는 지난달 31일, ‘기후위기 전도사’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에게 전화인터뷰를 통해 탄소중립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를 물었다. 조 교수는 “전쟁, 감염병, 금융위기 등 이제껏 인류가 겪은 위기는 시행착오를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지만, 기후위기는 회복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전 위기들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 문명 자체가 불러온 위기이기 때문에 수정이나 보완 정도가 아닌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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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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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배출량만큼 흡수량을 상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탄소중립이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나무를 많이 심으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테고, 실현된 건 없지만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방식이 있다. 그만큼은 화석연료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결국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미세먼지는 길어야 닷새면 사라지는데 온실가스는 한 번 배출되면 수백년 간 대기 중에 머물기 때문이다. 흡수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배출하지 말아야 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050년경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가량 높아진다고 본다. 평균온도가 올라간다는 건 단순히 폭염일수가 많아지는 게 아니다. 극단적인 날씨가 발생하게 된다. 가뭄이 들면 농사를 짓지 못해 식량이 부족해지고, 생물다양성이 파괴된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면 연안 대도시는 침수된다. 농도가 높아진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흡수되면 해양 생태계가 붕괴된다. 기온이 올라간다는 건 생존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마트에 가도 먹을 게 없어지는 것. 기후위기의 세상이다.”

-수십년 뒤의 일 아닌가.

“어느 수준을 지나면 회복 자체가 안된다. 2도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통제불가능한 위험이다. 이를테면 북극에 (하얀) 빙하가 있으면 햇빛이 반사 되는데, 가열되면서 녹으면 시커먼 바다가 드러나게 된다. 그러면 태양에너지를 더 흡수하게 되고, 바다는 더욱 드러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나중에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해봤자 이미 지구 스스로 변하는 상황에선 되돌릴 수 없다.”

-기후위기의 예상치 못한 위협이 코로나19로 현실화 됐다.

“역사를 보면 100~200년마다 팬데믹은 있어왔다. 흑사병이 대표적이다. 19세기, 20세기에는 그것이 4개 정도였는데 2000년대 들어 세계적 감염병이 5개나 일어났다. 에볼라, 사스, 돼지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빈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어나 바이러스가 넘어올 기회가 많아졌고, 기온이 오르면 열대 곤충 등이 온대지방까지 살 수 있게 되어 풍토병이 함께 옮겨올 수 있다. 2050년이면 댕기열이 한반도에서도 일어나게 된다는 예상이 나온다.”

-선진국은 앞서 발전해놓고 왜 고통 분담을 강요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미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은 7위, 온실가스는 11위다. 특히 다른 나라는 10년 전부터 줄이거나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늘어나면서 ‘기후깡패’라는 비난까지 듣고 있다. 기후위기를 태평양 섬나라나 방글라데시같은 연안국의 일로 생각하지만, 정작 산업화 국가 중 피해를 입는 ‘1번 타자’는 대한민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이 ‘식량난민’이 될 거라는 경고를 해왔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 세계적 식량 메커니즘이 붕괴되는데 한국은 가장 취약한 나라다. 에너지 역시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대륙 자체로 보면 식량 자급이 가능하다. 북미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은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한가한 소리들을 하고 있다.”

-탄소중립 추진이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된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탄소중립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위기에 처한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RE100(기업 활동 필요 에너지의 100% 재생에너지 대체 목표)’으로 생산하지 않으면 취급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유럽에선 수입품에 국경 탄소세(화석연료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를 매기려 하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탄소세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서구에서 경제 구조의 판 자체를 새로 짜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탄소중립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선언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행동으로 진정성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선 2도를 1.5도 제한으로 목표를 강화하자면서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한다고 했다. 한국은 지금 60~70%를 줄여야하는 엄청난 목표다. 초반에는 과잉된 부분을 줄이면 되니까 쉽지만, 뒤로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정부에서 감축 목표를 어떻게 제시하는지, 거기서 선언의 진정성이 드러날 것이다.”

-앞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민주주의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후위기 속에선 통제 불가능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워지겠나. 식량분배를 강제로 하게 되면 어떨까. 가족 중 한 명이 코로나19에 걸렸고 옆 사람도 걸렸는데 병상도 하나면 민주적 합의가 될까. 1930년대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가지고 시민들 교육 수준도 높았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대공황으로 사회가 불안정해지자 독재자 히틀러가 등장했다. ‘기후위기의 민주성’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소비를 줄이고, 채식을 하고, 일회용품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정부에서 석탄발전소 하나를 지어버리면 모든 노력이 무력화된다. 개인의 선한 마음만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기에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 정치는 윤리적 증폭기 역할을 통해 개인이 할 수 없는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잿빛 전망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기후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까.

“<위험사회>의 울리히 벡은 기후변화를 두고 ‘해방적 파국’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후위기가 없었으면 현재 생활 방식대로 살았을텐데 위기로 인해 문제를 깨달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길을 바꾼다는 것이다. 미래는 결정 나 있는게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든다면 좋은 기후 속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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