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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으악!" 했다…1년간의 실수 다모아 고백한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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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뉴욕타임스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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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메뉴판에 있는 오·탈자도 고치고 싶어하는 존재가 신문사의 에디터들이다. 하지만 맞춤법과 팩트체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에디터들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예외는 아니다. NYT는 3일(현지시간) “에디팅 실수 때문에”라는 제목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게재했던 ‘바로잡습니다’ 기사를 실었다.

대표 필자로 나선 데이비드 벡시 에디터는 “새벽 3시에 갑자기 ‘으악’하고 일어난 적이 있다”며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국가 이름을 오기(誤記)했음을 고백했다. 벡시 에디터는 “에디터들이란 기사를 편집하고 제목을 쓰며 오·탈자를 잡아내는 존재”라며 “그러나 우리라고 완벽하진 않다”고 적었다. 얄궂은 건 막상 기사를 손볼 때는 실수를 깨닫지 못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실수가 떠오른다는 점. 벡시 에디터는 “휴일에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다가 ‘세상에나 내가 텍사스의 주도(州都)가 댈러스라고 고치는 실수를 했구나, 이 바보 자식’이라고 깨닫는 식”이라고 고백했다. 텍사스의 주도는 오스틴이다.

벡시는 이어 “간단히 말해 내 직업은 ‘오류를 바로잡는 것’인데 내가 스스로 오류를 범할 땐 기분이 최악”이라며 “게다가 내가 한 실수는 지면 또는 온라인에 영원히 남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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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실은 '바로잡습니다' 관련 기사. NYT의 모토인 "발행하기에 적합한 모든 뉴스"를 일부러 뒤집어서 일러스트로 만들었다. [NYT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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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수는 왜 하게 될까. 벡시 에디터는 소탈하게 인정한다. “그냥 내가 게을렀거나, 또는 정신이 나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에디터들의 실수는 일반인은 세심히 읽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NYT가 지난해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기사 중에서 긴즈버그를 ‘Ginsberg’라고 적어 ‘바로잡습니다’를 낸 적이 있다고 한다. 올바른 철자는 ‘Ginsburg’였다. 벡시 에디터는 “‘e’가 들어가는 인물은 시인”이라며 실수였다고 적었다.

숫자 계산 실수도 흔하다. 벡시 에디터는 “숫자는 무조건 두 번 이상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인의 인용구라고 널리 알려진 것도 두 번, 세 번에 걸쳐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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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뉴스룸 내부의 모습. 지난해 4월 퓰리처상 수상 소식을 기다리는 현장이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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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시 에디터가 이런 자성(自省)을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도 에디터도 사람이라 다 실수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한 실수를 재빨리 알아차리고, 위에 보고하며 바로잡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독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정확성에 헌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때론 솔직히 과하다 싶은 독자의 요구가 있기도 하다고 벡시 에디터는 살짝 덧붙였다. J.R.R.톨킨의 유명 판타지 소설 시리즈인 ‘반지의 제왕’에 대한 지난해 기사를 예로 들면서다. NYT의 한 에디터가 지난해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빌보 배긴스가 차고 다니는 칼 이름을 잘못 표기했을 때,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NYT는 이어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빌보 배긴스가 차고 다니는 칼의 이름은 ‘오브크리스트 더 고블린 클리버(고블린을 절단내는 칼)’이 맞으므로 바로잡습니다”라고 정정보도를 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 팬이 확실한 일부 독자들은 또 “호빗인 배긴스가 차고 다니는 건 그냥 칼이 아니라 단검이라고 표기해야 한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벡시 에디터는 “솔직히 우리가 실었던 정정보도 중 가장 괴짜스러운 내용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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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 중 한 장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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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시 에디터의 새해 결심은 “올해는 정정보도를 쓰지 않으리라”일까. 아니다. 그는 실수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대신 이렇게 적었다. “실수는 어쩔 수 없지만, 실수를 최소화하고, 이미 저지른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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