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북카페(How's)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탈진실의 시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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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문화계 전반적인 콘텐츠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극심한 빙하기를 겪었다. 특히 공연계는 좋은 콘텐츠가 많았는데도, 띄어 앉기 등으로 이익 실현 기반을 잃으면서 침체 장기화에 돌입했다. 이 같은 상황은 내년까지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 해 동안 꾸준히 활약한 문화계 선수는 단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였다. 진보로 출발해 진보를 저격하는 존재로 거듭난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연일 문재인 정권과 여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종교계에 때아닌 위선의 행태가 베스트셀러 스님 작가를 통해 드러나면서 작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무소유'에서 '풀소유'로 지금도 의구심의 눈초리가 계속되는 혜민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다사다난했던 문화계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 진중권의 ‘활약’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올 한해 SNS 활동을 시작으로 올해 3권의 책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저술 활동에 나섰다. ‘누구보다 진보’를 자처했던 진 전 교수는 지난해 말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진보를 자신하는 현 정권을 대놓고 비판했다.
거침없는 비판을 위해 동양대에 사표를 제출하고 정의당에는 탈당계를 냈다. 이후 그의 ‘싸움’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상식’과 어긋난 행동에 온갖 직설과 비유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난 8월 나온 ‘조국 흑서’로 통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진 전 교수를 비롯해 서민 단국대 교수 등 5명의 저자가 집필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지난 11월 출간한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에선 조국 이후의 모순된 행동을 일삼는 ‘586 정치 엘리트’들을, ‘보수를 말하다’에선 공포 마케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수를 각각 비판했다.
방송에 출연한 혜민스님. /사진제공=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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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민스님의 ‘추락’
조계종 승려, 하버드대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등으로 유명한 혜민 스님이 올해 각종 의혹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발단은 한 방송에서 공개한 삼청동 소재 자택으로, 혜민스님은 남산타워가 보이는 이 자택의 실제 소유자로 알려졌다.
혜민 스님은 이 주택을 2015년 8월 8억원에 샀다가 2018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고담선원이라는 사찰에 9억원에 되판 뒤 이곳에 다시 세 들어 사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이 같은 사실에 혜민스님은 SNS에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뉴욕 브루클린의 주상복합 아파트 매입 의혹이 불거졌다. 85.7㎡(25.9평) 넓이의 주상복합아파트 한 채를 약 61만 달러(약 6억 7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혜민스님의 미국식 이름인 ‘라이언 봉석 주’가 소유자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혜민스님은 해명을 피한 채 “제 삶이 너무 창피스럽고 부끄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크게 반성하고 중다운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혜민스님은 자신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통해 무소유를 강조했지만, 정작 자신은 ‘풀소유’로 실천윤리를 배반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사진=김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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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의 ‘석권’
올 한해는 봉준호 감독의 ‘승전보’로 시작했다. 1월 5일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받기 무섭게, 아카데미 시상식(2월 9일)에서 내리 4관왕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4관왕도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등 주요 작품상을 휩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봉준호 감독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 정도 되는 언어의 장벽을 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며 한국 영화 제작의 숨겨진 위대한 DNA를 간접적으로 과시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테테인먼트 |
◇ BTS의 ‘돌풍’
BTS(방탄소년단)가 아무리 잘 나가도 빌보드에선 가로막힐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실력은 결국 증명된다’는 사실을 이들 멤버는 보기 좋게 증명했다.
BTS는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가장 오르기 힘들다는 ‘핫100’ 차트에서 1위를 거머쥐었고, 그것도 한주에 그친 것이 아니라 여러 주에 오르면서 ‘반짝 유행’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BTS는 또 ‘라이프 고즈 온’으로 빌보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어 가사로 정상에 올라 그 위상과 가치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세상에 알렸다.
지난 8월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 /사진제공=쇼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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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트의 ‘대세’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은 수명이 길어야 몇 달일 뿐인 데, ‘미스터트롯’ 수상자들은 1년이 되도록 인기가 식을 줄 모를 정도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김호중 등 출연진 면면과 이름이 여전히 기억되고 이들의 활약이 계속 재생산되며 트로트라는 장르가 다른 방송에까지 영향을 미쳐 비슷한 프로그램이 양산되는 현상에서 트로트는 ‘유행’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
트로트 붐의 단적인 사례는 ‘트바로티’ 김호중의 앨범이다.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우리가(家)’는 52만장을 팔아치워 남자 솔로 음반 2위에 올랐다. 재해 현장에 기부금 행렬이 이어지는 현상도 트로트 열풍의 효과다.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 베토벤Ⅱ'를 무대에 올리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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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의 ‘취소’
올해 클래식계에서 가장 화두였던 공연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무대였다. 매달 여러 차례 공연이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이어질 정도로 숨 가쁜 일정이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대부분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특히 베토벤 생일인 12월 17일에 맞춰 어떻게든 마련해 볼 요량이었던, 마지막 성찬 역시 취소 대열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사라진 베토벤 공연은 온라인에서 부활했다. 미국의 에머슨 현악4중주단의 5, 6월 내한 무대는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겼고 본의 베토벤 하우스는 24시간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팬들과 조우했다.
김기덕 감독.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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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의 ‘사망’
유럽 3대 영화제의 유일한 한국 수상자인 김기덕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충격이었다. 그는 여배우와 스태프에 대한 성폭행과 폭력 논란으로 해외에 체류하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사망했다.
최근 집을 구해 영주권을 취득할 계획이었던 라트비아에서 숨을 거뒀다. “한국 영화계 큰 손실”이라는 안타까움과 “폭력 행사자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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